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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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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공존, 미래로 나아가는 길>

 

대학생 조선통신사 일행은 과거 조선통신사의 흔적을 따라 89일 간의 여정을 떠났다. 이번 여정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조선통신사의 흔적을 접하는 과정이었다. 부산이 첫 시작이었다. 과거 조선통신사 일행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 해신제를 올렸던 영가대는 일부만 남아 있었으나 조선통신사 기념관과 함께 보존되고 있었다. 수차례 부산을 방문하면서도 전혀 알지 못했던 조선통신사의 흔적을 접하는 순간이었다. 조선통신사 일행처럼 대마도를 들르지는 못했지만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시모노세키로 향했다. 그 시간은 비행기, KTX 등 빠른 속도에 익숙해진 우리에겐 매우 낯선 과정이었다. 고작 하루의 항해를 길다고 느끼는 우리를 보며, 한 달 이상을 항해한 조선통신사는 배 위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불구대천의 원수 국가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편리한 기술 발전으로 안전해진 오늘날의 항해와 달리 목숨에 대한 위험과 불안이 혼재했을 과거에, 그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냈을지도 궁금해졌다.

 

일본에 도착해서는 시모노세키에서 출발해 시모카마가리, 히로시마, 후쿠야마, 오사카, 교토, 시즈오카, 하코네, 도쿄까지 먼 여정을 지나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후쿠야마의 후쿠젠지였다. 과거 조선통신사가 머물렀던 이 곳의 대조루에는 1711년 조선통신사 종사관 이방언이 남긴 일동제일형승이라는 글이 편액으로 만들어져 걸려있었다. 일동제일형승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매우 아름다운 경치였다. 창가로 보이는 바다와 작은 섬들, 시코쿠의 산까지. 그 때 깨달았다. 내가 가고 있는 이 여정이 단순히 과거의 흔적, 유물을 찾아 따라가기만 하는 여정이 아니라 그 속에서 과거의 조선통신사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지나 간 과거를 바라보던 제 3자의 시선에서, 역사 속 하나의 주체로서 입체적인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자세를 지니게 되었다.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가장 악화되었다는 한일 분위기 속에서 여정을 지나며 많은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후쿠젠지와 쇼코쿠지 지쇼인, 호타이지, 세이켄지 등에 조선통신사의 시, 그림, 사소한 흔적마저 남아 소중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당장의 관계가 악화되어도 지금까지의 교류와 역사, 그 과정에서의 흔적까지 부정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랜 역사를 함께해 온 만큼 당장의 관계가 악화되어도 언제든지 다시 완화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마지막 날 나리타공항 면세점에서 직원분이 우리에게 갑자기 질문을 하셨다. “지금 한일관계가 매우 안 좋은데, 한국에 여행을 가도 될까요? 위험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이었다. 국가 간의 관계는 악화되었지만 국민 개개인의 관계마저 심각하게 악화되지 않았기에 괜찮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확언할 수 없었다. 한일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정도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확실히 이런 시기에 일본에,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따라 다녀와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몇 백 년 전 사료로 존재하던 조선통신사만 접해온 난 89일 간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 과정 하나하나에서 조선통신사가 느꼈을 감상과 경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역사 사료와 나의 관계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수 백 년의 시간을 넘어 소통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한일 국가관계가 악화되어도 수 백 년 간 이어져온 교류를 떠올리며 그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날이 적대감정이 심해지는 한일 양국이지만, 양국 국민들도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함께 한일 관계 완화 방법을 찾아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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