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9일 간의 조선통신사 체험
대학생 신조선통신사로서 일본으로 떠나기 며칠 전,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한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의 수출 제한과 화이트 국가에서의 제외할 것을 발표하였다. 일본 정부에서는 보복 조치가 아니라고 발표하였지만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보인다. 이로써 한일 양국 정부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고 한국 내에서는 일본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어나는 중이었다.
이렇게 한일 간의 긴장이 심화되는 가운데, 7월 10일 우리는 일본으로 떠났다. 불매 운동의 일환으로 일본 여행이 비난 받기도 하는 상황에서 일본에 가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한 관광이 아니고 일본 현지의 분위기를 보고 한일관계와 역사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 만큼 이를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과거 임진왜란 이후 조선과 일본의 갈등을 ‘조선통신사’ 파견을 통해 200여 년 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이 태평양 전쟁 이후 이어지고 있는 한일 갈등 해결에 ‘대학생 신조선통신사’라는 활동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Figure 1 아메노모리 호슈 기념관
이번 행사 중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은 아메노모리 호슈라는 인물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아름다운 비와코 호수를 보며 도착한 시가현 다카츠키쵸의 아메노모리라는 작은 마을에는 아메노모리 호슈 기념관이 있었다. 12번의 조선통신사 파견 중 2번이나 통신사 행렬을 에도까지 안내한 경험이 있는 아메노모리 호슈는 성공적인 통신사 파견에 큰 기여를 했다. 또한 그는 조선통신사에 참여한 조선인 신유한과 두터운 우정을 쌓기도 했다. 통신사 행렬에 참여한 것 이외에도 조선말을 배우고 ‘교린수지’라는 조선말 교본이나 ‘교린제성’이라는 대(對) 조선 외교지침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특히 ‘교린제성’에는 조선과 일본과의 외교에 있어서 “진실과 신뢰를 가지고 교류해야 한다”는 뜻의 ‘성신지교(誠信之交)’라는 정신을 강조하였다. 사실 이는 누구나 알만한 당연한 일이다. “진실과 신뢰를 가지고” 상대방의 입장을 깊게 살펴보고 이해하려 하면 해결되지 않는 갈등이란 없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누구나 자신 위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까지 나의 경우도 조선이 일본 열도에 전해준 문화, 조선의 평화를 위한 노력 위주로만 조선통신사를 봐왔었다. 하지만 아메노모리 호슈를 보며 일본에도 조선과 일본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조선과 조선인들을 좋아해준 사람이 있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현재의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의 이익을 챙기고 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당연하지만 ‘성신지교’ 정신을 가지고 일본의 입장도 더 고려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Figure 2 간사이 대학에서의 교류회
이번 행사 중에서 모두가 가장 즐거워했던 행사는 교류회가 아닐까 싶다. 우리 일행은 오사카에서 간사이 대학 학생들과의 교류회에 참여하였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 하는가 싶더니 곧 자기소개를 하고 서로의 대학생활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친해져 갔다. 주어진 토론 주제에 대해 일본어, 한국어, 영어 등 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이야기를 나누고 발표까지 하느라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한일 양국의 학생들이 서로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교류회의 마지막에 서로 선물을 주고 받고 헤어질 때의 애틋한 모습이 아메노모리 호슈와 신유한이 선물을 주고 받으며 헤어질 때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생각을 하며 이것이 아메노모리 호슈가 말했던 ‘성신지교’이며 바람직한 한일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행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일정 내내 조선통신사에 관한 수많은 지식을 주시고 한일관계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도록 우리를 독려해주신 손승철 교수님, 바쁜 일정 내내 완벽한 일정관리 해주신 배혜원 가이드 선생님과 조선일보 이지영 선생님, 조선통신사와 한일관계에 대한 귀중한 강연을 해주신 나카오 히로시 교수님과 니시노 준야 교수님, 방문한 여러 절의 스님들과 박물관 관계자분들, 즐겁고 뜻깊은 교류회를 준비해준 간사이 대학의 학생들, 그리고 8박9일 간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간 25명의 대학생 조선통신사들. 한일관계에 관심이 많고 의욕적인 모두를 보며 앞으로의 한일 관계가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동거리도 많고 시간에 쫓기기도 했지만 한일 양국의 모두의 도움이 있었기에 8박9일 간의 귀중하고 즐거운 탐방을 마칠 수 있게 되어 제5회 대학생 신조선통신사에 참여한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