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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신조선통신사

참가후기

제7회 청년 新조선통신사 후기

장성길

 

 

  어렸을 때, 재밌어보이는 것들을 무작정 버킷리스트라고 적은 수첩을 올해 초에 무심코 열어서 하나하나 읽어본 적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말도 안되게도, ‘시모노세키의 조선통신사 거리를 걷기였다.

개인적으로 일본과의 접점이 과거에 비해 확 늘어났고 친밀해지는 일본 친구들이 늘어남에 따라, 미디어에서 보도하는 정치/외교/역사적 갈등과 민간적 교류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는 지난 1년이었다. 나와 친구가 만나서, 구지 독도와 일제강점기 등에 대해 논쟁을 펼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함께 즐길 수 있는 공통점이 있는 친구에 불과했다. 즐기면서 함께 웃고 떠들면 그만인 너무나도 좋은 관계! 그러나 생각보다 우리 사회는 일본이라면 끝장을 내야한다는 정서가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몇 년 전에 벌어진 노재팬 운동처럼이다.

  과거를 철저히 잊지 않고 밝혀내되, 미래로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가 되야할 혼란스러운 21세기의 동아시아이다. 결국, 이럴 때일수록 민간의 교류를 확대하며 친구가 되어 솔직한 나눔을 이어나가는 것이 절실함을 느꼈고 이런 취지의 제7회 신조선통신사에 기쁘게 참여했다.

 

  일본은 왜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이번 프로그램에서 그 답을 알았다. 사무라이 시대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고 할복 자살을 해야했던 문화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과를 외면하는 태도에 좌시하고 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우리는 충분히 그들의 정서와 문화를 고려하여 진심어린 사과를 끌어낼 필요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과할 방법을 모른다면, 우리가 사과할 방법을 알려주는 것을 시혜라는 느낌보다는 넓은 아량으로 알려줄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편리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김해공항에서라도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행사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배를 타고 이동한 점에서 조선일보사와 주일본국대한민국대사관의 이 활동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우리는 혼슈섬을 횡단했다. 주변 일본 친구들이 내 일정을 말해줬을 때, 그게 가능하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일본은 군대가 없다. 자위대만이 존재하여, 일본 외에서의 군사활동은 엄격히 금지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평화헌법이 개정되고 국제사회 영향력 확대를 위해 UN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자위대가 파병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방국의 영향력 확대는 국익에 도움이 되겠지만, 과연 과거를 모두 말끔히 청산되고 나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히로시마 원폭기념관에서 느꼈다.

긴키대학교 학생들과의 교류회에서 기대보다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만약, 긴키대학교 교류회가 없었다면, 우리끼리 조선통신사가 이랬더라 저랬더라 하고 끝나는 활동이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조선통신사가 그러했듯이 우리도 우리 또래의 일본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먹고 마시는 경험에서 비로소 통신사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오사카에 돌아간다면, 다시 만날 소중한 인연들도 생긴 것도 참 감사하다.

 

  해당 프로그램은 조선통신사라는 거대한 역사의 획을 공부했지만, 그 사이에 한 사람의 역사도 배우고 느끼는 기회가 있었다. 조선통신사 관련해서는 김한중, 시대적 상황이 다르지만 윤동주와 정지용, 아메노모리 호슈, 신유한, 재일교포들. 숲과 나무를 넘나들며 조선통신사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던 잘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원서에도 적었듯이, 재일교포에 대한 무지함에 대한 아쉬움을 관련 박물관 방문과 해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벗어낼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아까 언급했듯 89일 동안, 혼슈 섬을 관통하는 것은 일본 친구들도 놀란 만큼, 여독이 쌓일 수 밖에 없는 일정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먹는 것과 자는 것만큼은 최고였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비와호 옆에서 머물렀던 것이 여행 중반에 가장 큰 휴식이 되었던 것 같다.

아쉬운 점이 딱 하나있다면, 신주쿠에서 자유시간을 가지기 전에 호텔 체크인을 하고 자유시간을 가졌다면 보다 넉넉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점이다.

 

  내년 국방의 일선에 나선다. 한일 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멋진 동아시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간혹 찾아올 협력의 기회에 지금의 경험을 되살려 최선을 다해 만들어봐야겠다. 일본 친구들도 일본 국왕사의 기록에 따라 한국을 부산에서 서울까지 오게 된다면, 우리는 그 기록과 전시를 일본만큼 잘 가꾸어놓았는지, 그때의 평화적 교류의 가치를 잘 보존하려고 노력했는지도 돌아보고 개선하여 일본의 청년 일본국왕사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 보낼 수 있게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주일본대한민국대사관, 조선일보,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받은 만큼, 일상 속에서 자리에서 베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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