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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신조선통신사

참가후기

 

<한일 교류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던 청년 조선 통신사>

 

김호영

 

 

통신사에 신청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하자면 역사적인 관심, 나 자신에 대한 스텝업이라는 취지보다는 단순히일본을 좋아해서였다. 과거와 함께 살아가길 좋아하는 나는, 일본이 자국의 전통을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잘 보존시키려고 하는 문화도 마음에 들고, 어딜 가든 볼 수 있는 선명한 색감의 자연 풍경 또한 좋아한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는 근본적인 태도와 문화도 나의 성향과 비슷하고, 하다못해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자판기마저 퍽 마음에 드는 나라이다. 주류세가 한국과는 달라서 술값이 싸기도 하고. 소주를 좋아하는 일본인 친구와 대화하다 보면서로 영혼이 바뀌어서 태어나면 좋았을걸같은 우스갯소리도 종종 한다. 그렇다 보니 청년 조선 통신사를 출발할 때는 못 가본 일본 구석구석을 가볼 수 있다는 설렘만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인원들이 모여 본격적으로 통신사 프로그램이 시작됐을 때도, 단지 오랜만에 가보는 부산 구경이 재밌었고, 앞으로 도착해서 돌아다닐 일본 여행이 너무 기대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일본에 도착해 본격적으로 손승철 교수님의 강의와 통신사 유적지 탐사를 하자 점차 생각이 바뀌기 위해 시작했다. 선조들의 흔적이 일본 전역의 곳곳에서 발견되고, 이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 지역민들을 마주하자 깊은 감동이 밀려왔다. 도착하자마자 들렀던 아카마 신궁에서 이루어진 통신사 환대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각국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주지 스님이 없어 관련 문서를 직접 보지는 못하는 경험 또한 아쉽기는 하였지만 그만큼 절에서 유물을 소중히 간직하고, 다루는 데에 있어 일절 흐트러짐 없다는 것이 보여 경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로 방문한 여러 박물관, 절들도 끝없이 나오는 감탄과 함께 이번 여정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줄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일부가 아닌 각지의 많은 일본인들이 통신사라는 교류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한일 교류에 대한 의지를 끝까지 지켜오고 있음이 매우 인상 깊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동아시아 교류 하우스 아메노모리 호슈 기념관에 갔을 때가 기억이 남는다. 일본인 관장님께서 손수 통신사 행렬의 모습을 지점토로 만들고, 통신사의 역사를 직접 우드록에 새겨 놓으신 모습을 보자 소름이 돋았었다. 얼마나 많은 애정과 시간을 쏟아 이 모든 것을 남겨놓고 있으며, 한일 교류에 얼마나 힘써 오셨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도심 지역이 아니라 사람들의 발길이 잦진 않더라도 각자가 지킬 것을 지키며 힘써오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관계자가 아님에도 우리를 반겨주는 지역 주민들이 그런 인상을 더 해주었다.

 

 

  나는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우리가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일본 관광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은 매우 좋다. 엔화도 싸고, 가깝고, 충분히 이색적이면서도 거부감 없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이에 대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옆 나라여서 접근성이 좋기에 예전부터 당연한 교류와 접점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라고 생각한다. 나도 청년 조선 통신사 프로그램을 이수하기 전까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젠 한국과 일본이 지금처럼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즐기고,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음에는 물밑에서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음을 확연히 깨달았다. 이러한 원활한 교류에 있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수많은 손길이 있었다. 참혹한 전쟁 이후에도 선조들이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현지인들과 만나고 교류하며 국가 간의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힘써왔던 것과 같이 말이다. 지금도 크고 작은 노력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시시각각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범지구적 차원에서 동아시아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협력은 더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국제 흐름과 정치적인 부분에서 벗어나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의 문화를 향유하고, 때로는 깊은 관심을 가져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탐구하고 하는 일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양국은 서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와 역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신사와 관련한 333점의 문화유산들보다도 더욱 많은 것들이 말이다. 물론 잊어서는 안 될 식민 지배 시기와 같은 뼈아픈 과거들은 확실히 청산해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그러한 노력과 더불어 우리는 우호적인 관계도 계속해서 유지해야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노력해 주신 양국의 모든 분들 덕에 내가 일본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청년 조선 통신사와 같은 좋은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었던 만큼, 이젠 내가 그런 기회를 누군가에게 만들어주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경험, 기회, 지식을 통해 양국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해보고자 하는 동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다짐을 잊지 않고 앞으로 열심히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쌓게 해 준 8 9일의 여정에서 만난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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