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7회 청년 新조선통신사 참가 후기
김혜빈
1. 보고 느낀 점
백문이 불여일견
글자 그대로 '백문이 불여일견한' 직접 기행을 통한 역사 학습의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학부 과정에서 한 학기 동안 듣게 되는 역사적인 내용을 8박 9일 동안 배우는 것에 어려움이 거의 없었다. 600년 전 조선통신사가 지나간 장소와 길을 따라 직접 발로 밟으며 생각하고 느낀 감회는 새로웠다.
교수님께서는 시모노세키로 가는 배 안에서 청년들의 사전 역사 지식을 점검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간단한 시험지를 직접 만들어 오셨고, 많이 아쉬운 점수를 받았었다. 곧바로 교수님께서 문항별로 문제를 해설 및 풀이해주셨고, 이를 오답 노트로 삼아 다음에는 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배를 타고 일본에 당도한 경험은 새로웠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없었을 기회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도착한 시모노세키에서부터 중간에 많은 도시를 지나 도쿄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장소와 유적을 방문하였고, 각 장소에서 새로운 것들을 목격함과 동시에, 학습하는 내용이 반복되어 더욱 효과적인 배움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한 번 더 교수님께서 새롭게 준비해오신 시험지를 풀며 최종적으로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데, 8일 전의 점수보다 두 배 정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두가 외치는 평화
'평화'라는 가치는 시대에 관계없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전 인류적 소망 혹은 외침이라고 생각한다. 평화는 UN과 국제사회에서 강조하는 'SDGs: 지속가능발전목표'의 17개 목표 중 16번째로 '모든 수준에서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 증진'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밀레니엄개발목표(MDGs) 다음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발표되었던 2015년부터 2024년인 오늘까지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토의, 발표, 심포지엄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오늘날 우리가 전 지구적 '평화'라는 가치의 추구 및 실현을 위하여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것처럼, 600년 전 조선에서 통신사가 있어 갈등과 약탈의 시대를 화해와 공존으로, 나아가 평화의 시대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세계대전 이후, 특히 오늘날 '평화'의 가치는 크게 위협받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들이 지속되고 있고, 최근 한반도 내에선 북한에서 날린 오물풍선으로 남한과 북한 간 긴장이 팽팽히 유지되고 있다. 한 나라에서의 전쟁은 전 세계적인 영향과 피해를 낳게 될 것이다.
그 시대의 평화사절이었던 조선통신사의 500년간 발자취를 따라 밟으며 이러한 '평화'의 가치를 돌아보며 다시금 마음속에 그 중요함을 새기고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 한일관계 생각 변화
교토에 있는 조선인 귀 무덤에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아픈 마음이었다. 임진왜란 중 전리품이라는 명목으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가장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보다 과학과 통신, 기술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오늘날을 살면서도 '세상이 참 좁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 그렇게 생각해보면 귀 무덤에 희생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서 그리 멀지 않게 연관된 우리 조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전쟁 중 더 큰 공로를 인정받기 위해 죽은 사람뿐 아니라 산 사람들까지도 희생당한 우리의 역사를 마주하니 정말로 참담한 마음이었다. 이런 우리의 아픈 역사의 한 단면을 마주했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Forgive', 즉, '용서'였다. forgive라는 단어는 '먼저'라는 뜻을 내포한 'for'와 '주다'를 의미하는 단어인 'give'가 더해 만들어진 단어이고, 이를 합쳐서 생각해보면 '먼저 (놓아)주다'를 의미할 것이다. 즉, 우리는 과거에 일본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인식한 바 있었고, 지금도 우리는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민족적인 아픔, 분노, 적개심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용서라는 것이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참담한 역사를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과거의 역사와 우리의 감정을 마주하고 인정하며 같은 일이 현세에 반복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 청년으로서 한국에도, 일본에도 급하지 않은 속도로 함께 역사를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장래포부 및 계획
이번에 8박 9일 동안 일본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동료 중에서도 일본어에 능통하여 내가 보고 들은 것보다 더 많이 , 더 깊은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친구들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부터 인사동에서 통역 봉사(영어)를 해오며 생각했던 것보다 일본인 관광객을 많이 마주했던 경험이 있다. 이를 계기로 올 하반기에 일본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대사관에서 최종 발표가 있던 날, 우연히 우리 중 가장 먼저 무대 위 마이크를 잡게 되었다. 처음을 여는 발표이다 보니, 무겁지 않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싶었고, 즐겁게 발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발표가 끝나고, "언니, 관광가이드를 하면 잘할 것 같아요."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8월부터는 기존에 통역 봉사를 했던 인사동 홍보관에서 통역직원으로 근무를 하게 될 것인데, 동료 직원분들께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공부해서 획득하기를 추천해주셨다. 4학년 마지막 학기가 다가오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만큼 이와 같은 다양한 자격증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대외활동을 같이했던 친구의 적극 추천으로 이번 활동을 알게 되어 정말 만족스러운 경험을 얻을 수 있었던 만큼, 나 또한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활동을 홍보하고 추천하려고 한다.
4. 좋았던 점
이번 신조선통신사 역사 탐방 이전에 해외를 방문하는 다양한 대외활동에 참여해보았다(해외 봉사, 선교, 문화교류 등). 이와 비교했을 때 이번 활동에서 특히 더 좋았던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체계적인 일정과 비례하여 청년들에게 주어진 '높은 자유도'였다. 오후 8시 정도에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고, 그 이후 일정(휴식, 산책, 운동 등)을 개인이 선택 및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타 대외활동의 경우, 일정이 오후 8시가 넘어 끝나는 경우도 많았고, 그렇게 더 늦게 복귀한 호텔에서는 매일 밤 10시가 넘도록 그날 하루가 어땠는지, 어떤 것을 보고 들었는지 모든 사람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기 때문에 매우 피곤했고, 다음 날 일정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가기도 했으며, 그렇게 무리한 탓에 여행 마지막 날에는 꼭 몸살이나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 활동의 경우 적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주어졌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크게 아프고 다친 곳 없이 활동에 성실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또한, 활동 중에 주어진 2번의 자유시간 역시 매우 만족스러웠다. 자유시간의 활용 역시 개인의 취향 및 기대에 맞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둘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함께 할 수 있었던 경험이 정말 소중했다고 생각한다. 대학 졸업에 가까워질수록,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여 각자의 분야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사람과 만날 기회는 많지만, 그 사람들과 함께 관계를 형성하고,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점차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아쉬움을 느끼던 와중, 이번 기회를 통해 비슷한 나이에 다양한 배경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던 기회가 정말 귀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각자의 관심과 특기를 공유하는 것에서 나아가, 함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문제해결 방식으로 다각적인 과제수행을 해나갈 수 있었던 점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든 팀원으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받고, 배움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역사 탐방 중 얻은 지식과 더불어 깊은 감동과 행복을 가져다주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교수님의 열정적인 설명과 풍부한 지식 역시, 이번 활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로 남았다. 오랜 시간 동안 한일관계에 관해 연구하신 교수님께서는 연배와 관계없이 우리 청년들과 같은, 어쩌면 지금도 우리보다 더 많은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탐방을 이끌어주셨다고 생각한다. 교수님께서도 젊은 청년들과 함께할 기회가 주어져 감사한 마음이라고 우리에게 전해주셨을 때, 깊은 감동과 감명을 받았다. 우리 중 몇 사람은 다소 교수님의 설명이 가끔은 장황하고 길었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교수님의 긴 해설과 친절한 설명이 더욱 흥미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활동의 처음부터 끝까지, 교수님에 대한 존경과 열정으로 초롱초롱하게 교수님을 바라보았던 지난날들이 벌써 그리워진다.
마지막으로, 일정 중 제공된 음식과 숙소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일반 여행 중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을 만큼 서비스나 품질 면에서 우수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덕분에 일정 중 편안한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었고, 활동 마지막까지 잘 참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선일보와 주일한국대사관에서 여러모로 많은 지원을 받게 되어 정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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