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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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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교를 이과로 진학을 하여 역사와 사회에 대해서는 중,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이 대부분이다. 군 복무 시절 한국사 자격증을 땄었지만, 그 내용 또한 과거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아는 통신사는 그저 한국사 책에서 한 줄 나온 내용인, ‘청나라는 영선사’, 일본은 통신사라는 외교사절을 파견하였다.’ 이었으며, 많아야 열 댓 명 정도로 생각했고 20명이 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몇몇의 소규모 인원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듯이 말을 타고 달려가서 별다른 과정없이 목적지에 도착하고 왕의 서신을 전달하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던 중 조선일보에서 공지를 한 조선통신사 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듣게 되었다. 처음 그 공지를 보았을 때 든 생각은 단순한 해외탐방을 과거 통신사 컨셉에 맞추어 진행하는 단순한 견학 프로그램인 줄로 인식하였다. 전공은 달랐지만 평소에 일본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깊었던 나는 이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게 되었고 운 좋게도 선발되어 조선통신사의 일원으로 탐방을 가게 되었다.

정신없던 시험 도중 광화문 조선일보 건물에 사전 OT를 참여하였는데, 그 때부터 통신사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으며 가볍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었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OT를 참석하기 전에 과거 통신사를 다룬 기사 내용들을 보았는데 가장 놀랐던 것은 내 상상과는 전혀 다른 규모의 매우 큰 사절단 규모와 그들이 거쳐 간 여정, 그리고 현재 그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장소들은 일본인들에 의해서 귀중하게 보존되고 있었으며 현지인들이 통신사에 대한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몇몇 마을에서는 통신사에 관한 문화행사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과거 일본인들이 통신사를 위해 노력한 기록들과 현재도 남아있는 유적과 유물들은 나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 OT 때의 충격으로 인해 시험기간 내내 이번 여정에 대해 그려왔으며 나도 모르게 통신사에 대해 검색해 보곤 하였다.

시험 기간이 끝나고 OT를 가게 되는 날 부산역에서 모인 우리 통신사 멤버들은 다들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해 보였다. 그리고 그 설레임은 놀라움으로 변하였는데, 부산에 조선통신사만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행은 박물관 앞에서 하차를 하였을 때 다같이 말을 잇지 못하였다. 통신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우리는 부산에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잖은 충격을 받으며 다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눈이 빛났던 것 같다. 그리고 시작된 손승철 교수님의 명강의는 여정이 끝날 때까지 그 열정을 더욱 불태워 주셨다. 기록에 대한 세세한 강의와 유적에 대한 설명, 그리고 문화에 대한 예를 들어주시며 우리는 현재의 일본을 넘어서 과거의 일본과 조선 통신사의 모습을 그려내며 그들의 발자취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89일 동안의 시모노 세키에서 동경까지, 짧지만 과거 그 무엇보다 길었던 여정 길. 그 길을 다니며 통신사라는 사절단의 방대함에 놀라며 단순한 사절단이 아닌 일본과 조선의 평화와 화합, 문화 교류와 소통을 위해 양측이 세세한 관심을 기울였으며 그로 인해 지속된 200여 년 간의 믿음은 현재 한일 간의 사이를 뒤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도 조선통신사 로서 각 학교를 대표하고 일본 간사이 대학생들과도 교류하며 옛날 통신사가 머물렀던 장소를 가보며 그곳을 관리하는 일본인들과도 교류를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들도 한국을 대표하는 학생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여정에서 보고 느낀 것을 학교 친구들과 교류하고 나누며 올바르고 밝은 한일 관계의 초석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런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소중하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이 더 확장되고 더 많은 학생들이 옛 통신사와 함께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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