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었다. 선물은 우연히, 예상하지 않았을 때 찾아온다. 2016년의 12월, 10일 동안 ‘대학생 新조선통신사’로써 많은 선물을 받았다.
첫 번째 선물은 ‘조선통신사와의 만남’이다. 역사는 주로 보고, 듣고, 읽는다. 하지만 역사를 ‘느끼면서’ 이해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의문이 들었다. “조선은 왜 수백만 명을 죽인 적국에 통신사를 보냈을까? 일본은 왜 막부의 1년 치 예산이 드는데도 통신사를 요청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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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간 지 200년이 지났지만, 쓰시마부터 도쿄까지 수많은 장소의 유물과 유적은 우리를 과거의 생생한 현장으로 데려가주었다. 양국 서로의 실리를 위해 조선통신사는 이곳으로 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필담을 나누고 그림을 그리며 서로 ‘통신(通信)’하는 모습이 생생히 상상되었다. 정부 간의 실리를 떠나 사람 하나하나의 믿음이 쌓였기 때문에, 양국은 200년이란 긴 시간동안 좋은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두 번째 선물은 ‘새로움’이다. 일본은 내게 다양하게 다가왔다. 미디어를 통한 일본은 내게 ‘분노’의 대상이었고, 일본에서 함께 먹고 자고 대화했던, 일본인 친구를 통해, 일본에 대한 ‘편견’을 깼다. 10일간 내가 마주친 일본은 매일 ‘새로움’을 선물해주었다.
평소 건축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 자부심 한 구석에는 “일본보다 우리 전통문화가 우수하다”는 우월감이 있었다. 하지만 자조원, 청견사 등 수많은 명소를 다니며 온돌방과는 다른 다다미방의 정갈한 매력에, 병산서원 만대루에서 바라보는 절경과 다른 도모노우라의 눈부신 바다 풍경에 빠졌다.
그간 일본은 내게 ‘비교대상’이었다. 탐방 초기에는 나도 끊임없이 우리나라를 이곳으로 끌고 왔다. 하지만 여행이 거듭될수록, 일본의 수많은 ‘새로움’은 내가 갖고 있던 편견을 씻어버리고, 순수하게 일본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어쩌면 ‘일본’을 너무 대상(對象)으로만 바라본 것은 아닐까?
마지막 선물은, ‘사람’이다. ‘조선통신사’를 지키고 계승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유적지와 유물을 소중히 지켜나가는 일본인들의 섬세함과 책임감에 존경심이 들었다. 손승철 교수님과 나카오 히로시 교수님 등 전문가들의 강연을 들으며, 과거의 조선통신사를 만났고,
21세기 한일 양국의 새로운 우호관계를 위해 왜 新조선통신사가 필요한지 생각하게 되었다. 양국 정부 간의 노력에도 제자리걸음만 해오던 한일 관계를 위해, 가까이서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선린외교의 중심이 되는 것은, 바로 우리다.
돌아오는 비행기, 나는 이 세 가지 선물을 하나하나 풀어보며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新조선통신사로써 10일간 선물 같은 탐방을 마친 이제,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앞서 말한 세 가지 선물 외에, 가장 중요한 선물을 덤으로 받았다. ‘관심’이다. 앞으로 나는, 양국의 역사와 문화, 정치, 사회 등 모든 것에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우리가 마주한 일본은 역사를 부정하기도 하며, 그들만의 섬세함과 책임감을 곁들인 문화강국이며, 세계 경제의 리더 중 하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은 우리와 가장 가깝고 오랜 기간 교류를 했던 친구라고 생각한다. 친구는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이해하며 웃기도 한다. 新조선통신사로써 가장 가까운 친구를 만나러 이제 한 걸음 먼저 다가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