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일본’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은 위안부, 소녀상, 방사능 대부분 부정적인 인식들이었다. ‘조선통신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의 외교사절이 아닌 일본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조공을 바치러 간 조공사절이라는 개념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10일간의 여정은 나의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완전히 뒤엎어준 나날이었다.
어느 여행이나 그렇듯 30개 대학교의 학생대표들은 어색한 첫 만남으로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서울에 살다보니 5시 15분 KTX 첫 차에 몸을 싣고 부산국제여객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바로 대마도(쓰시마 섬)로 가는 배편으로 몸을 우겨넣었다. 피곤해서 잠시 배에 타서 잠시 눈을 붙이니 벌써 대마도에 도착해서 입항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때 처음으로 일본에 대해 조금은 긍정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 한 시간이면 부산에서 일본에 갈 수가 있구나.. 생각보다 정말 가까운 곳이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대마도에서 한국전망대 답사를 시작으로 하루하루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동시간 사이사이에는 나눠준 자료집으로 다음에 갈 장소에 대해 더 상세한 조사를 했고, 호텔에 들어와서는 그날 돌아다녔던 장소와 강연에 대해 정리를 했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청일강화기념관이나 귀무덤 같은 비극적인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장소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아메노모리 호슈 기념관, 조선인가도와 우리가 방문한 각 신사들에서 조선통신사에 대한 자료들을 잘 보관해주시고 관리하시는 관리자분들을 보면서 ‘역사는 이런 단편적인 조각들이 모여서 큰 그림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구나’ 라고 느끼는 동시에 우리가 너무 색안경을 쓰고 일본을 바라보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뇌리에 같이 스치게 되었다.
여정의 반환점을 지날 때 쯤 호텔에 모여서 학생들끼리 각자의 생각을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또 한 번 놀라웠던 것은 30명이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설명을 들었는데 느낀 것들이 전혀 상반되는 부분도 있었던 것이다. 또 강연을 듣고 난 뒤에 시간관계상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질문들을 우리끼리 토론하며 풀어가는 과정 또한 많은 의견을 접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역사적 인식의 변화 이외에도 일본에서 보내는 지난 열흘간 알게 모르게 문화적으로도 나에게 작지만 많은 변화가 있음을 느끼게 됐다. 한국에서는 철저한 개인주의 속에서 살아가지만 일본에 도착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나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계속 인사를 하게 됐고, '아리가또고자이마스'와 '스미마셍'이라는 서툰 일본어도 입에 붙어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일본의 거리는 쓰레기를 만드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로 깨끗했다.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보고 느끼니 일본은 정말 부러울 정도로 높은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일본에서의 10일 동안 눈으로 보고, 사람들도 직접 만나며 경험을 해보니 내가 그동안 가졌던 편견들이 너무나 가볍게 깨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9일차에는 감상 발표회를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정리를 하는데 문득 손승철 교수님께서 항상 강연 때 말씀해주신 ‘통신’이란 단어가 진심으로 다가왔던 순간이 있었다. ‘믿음(信)을 전제하여 통(通)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10일 동안 탐방을 하며 배운 집합체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대학생 新조선통신사’를 통해 민간외교사절로써 새로운 시각으로 한일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연 것 같아서 정말 뜻 깊은 경험이었고, 앞으로 과거 조선통신사에 뒤지지 않는 21세기 新조선통신사로서 더 성장하고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