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이어지다
제6회 新조선통신사 참가자 유위백
2023년 7월 13일부터 21일까지, 8박 9일 동안 한국의 부산에서 시작하여, 일본의 시모노세키, 히로시마, 시모카마카리, 오사카, 교토, 나가하마, 하코네를 거쳐 도쿄까지 과거 조선통신사의 길을 따라 걸어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짧게 글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한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크고 작은 분쟁이 여럿 있었으며, 일부는 그 상흔이 현재까지 남아 아픔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 시대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그리고 대한제국 시대의 일제의 침탈은 우리 민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으며, 현재의 한일 관계에서도 여전히 풀어야 할 난제로 남아있습니다. 더욱이 현대 사회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불신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다행히, 이번 신조선통신사의 여정에서 한일 관계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조선통신사는 정유재란 이후 조선과 일본 사이에 있었던 외교사절단으로서, 양국의 이해와 문화교류의 장이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양국이 기울인 노력 역시 적지 않았는데, 조선은 9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400여 명의 인원을 일본으로 보냈으며, 일본에서는 이들을 대접하기 위해 한 해 막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조선과 일본은 200여 년에 걸친 긴 시간 동안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통신사의 시작점과 방향성을 제시한 인물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아메노모리 호슈입니다. 명분을 바탕으로 실리를 추구하며 조선통신사를 시작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실된 자세로 교류할 것을 주문한 아메노모리 호슈의 정신은 두 나라 간의 우호적, 평화적 관계 형성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저는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한 해답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그러나 어쩌면, 도리어 한일 양국은 각자의 아픈 과거에 집착하거나 외면하여, 건설적인 미래로의 가능성을 놓아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이웃 나라와 분쟁이 전혀 없었던 나라는 없습니다. 보불 전쟁, 1차 및 2차 세계 대전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진 프랑스와 독일 역시 양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이해와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고, 현재는 국제 사회에서 강력한 파트너로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도, 프랑스와 독일의 사례를 참고한다면, 조선통신사의 수많은 유물이 증언하는 조선과 일본의 노력과 결과에 귀를 기울인다면, 믿음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