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신조선통신사를 마치며>
서희륜
시간이 흘러 2023년을 되돌아 보았을 때 제일 먼저 기억할 것은 당연하게도 신조선통신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일 것이다. 첫날 배를 타고 시모노세키에 도착한 날부터, 마지말 날 도쿄에서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날까지, 통신사라는 주제로 경험한 일본 답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려미술관 방문이었다.
고려미술관은 재일조선인 1세인 정조문(1918 ~ 1989) 선생이 수집한 문화재를 토대로 개관한 사립미술관인데, 이 곳의 수집품은 모두 한국의 고미술품으로 일본에서 수집된 것이다. 정조문 선생은 6세일 때 부친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왔고, 후에 교토에서 파친코 점을 차리면서 돈을 모아 일본 권력자들에게 빼앗긴 조국의 문화유산을 되찾고자 결심했다. 그러한 결심으로 모은 유물이 천여 점이었다. 1700여 점에 이르는 소장 유물들이 모두 일본에서 수집되었다는 점에서, 또 그것을 수집한 이가 재일조선인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고려미술관은 또한 해외에서 한국 미술을 단독으로 다루는 유일한 미술관이다.
한국미술사, 그 중에서도 근대기의 한국미술사를 전공하는 입장으로 일본과 한국의 미술 교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넘어 간 재일조선인의 문화 수호 의지로 만들어진 고려미술관은 꼭 방문해야만 하는 곳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크지 않은 공간에 소중히 진열된 우리나라의 유물을 바라보며 찡한 감동을 느꼈다. 어려운 시기, 곳곳에 베어 있는 우리 문화재 보호의 간절한 염원이 느껴짐과 동시에, 현재 고려미술관이 그 의지를 이어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도 타국에서, 외국의 유물을 가지고 미술관을 운영하려는 것은 난이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우리나라의 유물을 아끼고 보존하려는 의도에서 계속해서 고려미술관을 유지해 나가고자 하는 그 마음에 나는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고려미술관은 반드시 다시 방문할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