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를 즐겨보지만, 한편으로는 내용이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일본 필기구가 품질이 좋아서 자주 구매했지만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한창일 때는 무작정 동참했다. 일본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에 관심은 많았지만 역사 왜곡 문제 때문에 반감을 품기도 했다. 신 조선통신사 여정을 통해 멀게만 느껴진 일본을 가까이서 살펴봤다. 그동안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여정을 마치고 얻은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리의 시선으로만 상대방을 판단하지 말자’는 것이다.
과거 조선통신사 신유한은 <해유록>이라는 기행문에서 일본인의 행색과 풍속에 대해 깎아내리는 글을 남긴다. “높은 양반들은 용모와 거동이 사람 같은 자가 하나도 없었다. 부귀를 누리고 있지만 천박하고 어리석어 모두 흙으로 빚은 우상에 불과한 자들이다. 사람 씀이 이러하고 체통이 이러하고도 부강하고 오랜 안락을 누린다는 것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이상하고 천박해 보이는’ 일본인들이 부강했고 오랜 안락을 누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까지도 일본은 높은 경제 수준의 선진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가 그러했듯 반일 감정을 앞세워 일본이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배울 점은 무시한다.
한일 양국의 관계 회복의 열쇠는 한 인물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여정 6일 차에 우리 신조선 통신사는 아메노모리 호슈의 고향 마을에 세워져 있는 아메노모리 호슈 기념관을 방문했다. 아메노모리 호슈는 에도 시대 외교관이자 유학자로, 일본에서 최초로 조선말 교본을 만들고 통신사들과 깊게 교류했다. 호슈는 <교린제성>에서 “조선의 독자적인 문화와 풍습을 무시하고 일본의 관점으로만 생각하면 편견과 독단이 생겨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후배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기에 조선통신사와의 교류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본다. 아메노모리 호슈 기념관에서 친절하신 담당자분의 설명을 들으며 직접 만드신 조선통신사 보드게임을 했고 우리를 진심으로 환대해 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즐겁게 더운 날씨도 이겨내며 여정을 기쁘게 이어갈 수 있었다.
과거 조선통신사는 문화적 우월감을 갖고 ‘교화’라는 측면에 집중했기 때문에 일본의 실용적인 측면과 경제적 부흥의 요인을 간과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 조선통신사로서 과거 조선통신사가 지나갔던 길을 되짚으며 답사하는 7일 동안, 혹시 지금도 우리가 일본을 잘못 이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았다. 아메노모리 호슈의 ‘성신지교’ 즉, 진실과 신뢰를 두고 교류해야 한다는 정신을 따를 때라는 생각을 했다.
외교관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는 학생으로서, 한일 우호 관계의 상징이었던 과거 조선통신사의 길을 되짚어 보며 앞으로의 한일 양국의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한국과 일본이 과거에 교류했던 흔적을 오래 기억하고 되새기며 훗날 양국의 원만한 외교관계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