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학과 학부생으로 있으며 ‘일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배우면서도, 여행지 또는 관광지 이외의 일본에 대해서는 이전의 저는 잘 알지 못한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여행으로 오는 일본은 언제나 오사카 또는 도쿄, 후쿠오카 등의 ‘도시’였고, 현대의 도시에서는 과거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였기에, 제가 학교에서 들은 지식들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신조선통신사 활동을 하며 특히 일본과 국제 정치에 대한 강좌를 수강했을 때가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강좌에서는 국제 정치 속에서 일본이 처한 상황과 여러 정치적 갈등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를 배웠으나, 그러한 해결 방안마저도 현재도 풀리지 않는 한일 갈등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 그저 탁상공론에 불과한 ‘가설’일 뿐이었습니다. 다만 그때 제가 간과했던 한 가지는 바로 현 상황에만 치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근대부터 시작된 한일간의 갈등은 대체 어떻게 풀어야 하는 걸까. 전세계를 돌아봐도 이렇게까지 깊어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들었습니다. 이번 활동이 끝난 지금, 과거의 저는 오히려 가까운 곳을 못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 이미 ‘조선통신사’라는 이름으로, 조선과 에도 막부는 왜란 이후에 거의 회복할 수 없을 지경으로 치달은 외교 관계를 극복하고 원만한 이웃 나라로서 지낸, 훌륭한 사례가 있는 것을 저는 놓치고 있던 것입니다. “양국 모두가 믿음이 있어야 서로 통할 수 있고 관계 역시 정상화 될 수 있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외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미 과거에 있었고, 이 사실을 이번 청년 신 조선통신사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한일관계가 좋아지기를 바라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일본학의 전공생으로서, 이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신 조선일보와 주일본국대한민국대사관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교류. 현재에 있어 그 시기는 바로 지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이전의 그 어느 시기보다 한국의 문화가 모든 세대에 걸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단순히 음악을 넘어서, 음식, 스타일, 메이크업 등 모든 분야가 그렇습니다. 교내 일본유학생 교류 학회에 들어 수많은 일본 학생분들을 만나며, 이런 분위기가 단순히 호들갑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꼈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간의 교류가 적어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수많은 사람들이 미디어에 관심을 가졌고, 그중에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큰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귀멸의 칼날(鬼滅の刃)> 말고도, <최애의아이(推しの子)>, <진격의 거인(進撃の巨人)><체인소맨(チェンソーマン)> 등, 팬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이 매우 늘어났습니다. 일본의 젊은 세대는 한국으로 오고, 한국의 젊은 세대는 일본으로 갑니다. 민간의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지금이 바로 이전과 같은, 좋은 관계를 이어갈 시기, 그리고 그 관계가 계속 이어질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신조선통신사 활동을 진행한 지난 8박 9일 동안, 조선통신사로 보는 한일 외교의 중요성 또한 알 수 있었으나, 여기에 더해 정말 다양한 참가자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도 제게 있어서 이번 탐사가 기억에 남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저는 현재 학부 2학년 과정까지 마친 뒤 휴학을 하고 여러 대외 활동과 동아리를 하고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 또한 재학 중일 때보다 더 많아졌고 다양한 학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었습니다만, 대부분이 대학생 중심의 활동이었기에 여전히 한계는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6회 활동부터는 대학생에 한정되지 않고, ‘청년’으로 그 범위가 넓어졌기에 더 다양한 분들과 함께 탐방을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학교도, 전공도, 재직중인 분야도 달랐지만, 일본이나 한일 관계에 대한 관심만큼은 같다는 점으로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이 일본학과에서만 주로 활동하던 제게 있어서는 매우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마지막 대사관 발표를 준비하는 시간이 따로 없어 발표를 준비할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조별끼리 모여서 토의를 하는 시간과 장소가 따로 없어 발표 주제나 형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정하는 것도 어려웠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하는 것 또한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활동을 끝내고 후기를 쓰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