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회 신 조선통신사 참가후기
성균관대학교 소비자학과 4학년 손예나
일본에 흥미가 많아 일본관련 대외활동에 여러 번 참가했었고, 신 조선통신사라는 프로그램을 친구를 통해 처음 접했을 때에도 그저 일본 관련 대외활동이라는 생각으로 큰 기대는 없이 신청을 했다. 그러나 여타 대외활동들과 비교했을 때도 프로그램의 코스, 탐방하며 배우는 내용, 그리고 인솔교수님의 설명까지 굉장히 체계적으로 잘 짜여있어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9일간 쌓은 추억, 그리고 배운 내용들을 곱씹고 있다.
사실 역사에는 큰 관심이 없어, 일본과 한국의 외교관계에서의 큰 사건이라고 하면 임진왜란과 식민통치시절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1592년 임진왜란부터 근 현대사의 일본의 조선침략이라는 역사적 사건 사이에, 그 긴 시간 동안 평화를 유지한 데는 조선통신사의 역할이 있었다는 점이 강의를 들으며 가장 처음 놀라웠던 점이었다. 2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12년에 한번씩 조선에서 통신사를 파견해 일본을 방문했고, 일본의 조선침략을 끝으로 막을 내릴 때까지 조선통신사의 한일 외교가 존재했고, 그 다음부터 우리가 잘 아는 식민통치시절과 해방, 그리고 현재 내가 살아 숨쉬는 현대의 한일외교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8박 9일동안 시모노세키-히로시마-후쿠야마-오사카-교토-시즈오카-하코네 그리고 에도를 순서대로 방문하며 교수님의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개인 여행으로 일본을 여러 번 방문 했지만, 그 때마다 오사카 성이나 에도 성 등을 방문해도 큰 감흥은 없이 그저 일본의 유적지구나, 하고 말았지만 이번 탐방으로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며 에도 성에 방문했을 때에는, 옛날 조선통신사들이 몇 개월 간 일본을 횡단하며 드디어 에도 성에 도착하고 조선의 국서를 전달 했을 때의 모습이 상상이 가면서, 사실상 현대 판 통신사에 참가한 내가 역사의 한가운데에 참여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 영광이었다.
또한 함께 동행한 가이드님께서 손승철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조선통신사라는 역사에 대해 이렇게 관련 유적지들을 들리며 전문 지식을 가진 교수님으로부터 해박한 역사적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이 뿐이라는 생각이 들며 이번 탐방에서 배운 내용들을 꼭 잊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또 하나 내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 참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일은, 역사적인 유적지 탐방을 끝내고 마지막에 대사관에 가서 실제 일본에서 일하고 계신 우리나라의 외교관 분들을 만난 것이었다. 주일한국대사관에서 일하시는 이한상 정무공사참사관님의 강연을 들으며 여러 질문을 주고받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이 것이었다. “어느 쪽이 현명할까요? 한미일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국방비에 들어가는 돈을 아끼며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한일 관계, 아니면 동맹관계를 끊고 그저 감정적으로 통쾌함을 느끼기 위해 서로 공격하는 관계?” 외교에서 실패하면 전쟁을 치르게 돼있고 우리는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어려운 한일관계를 겪으며 경제전쟁을 치러왔다. 그런 방식으로는 한 쪽이 이기고 진다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위태로워지는 것은 어느 한쪽의 패자가 아닌 양국의 경제와 국민 모두이다.
만약 임진왜란 후 200년간 평화를 도모한 조선통신사가 감정적인 통쾌함을 위해 평화가 아닌 보복을 치루었다면, 이상처럼 우리나라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발 밑에 둘 수 있었을까? 나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실리외교를 추구한 통신사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평화로운 200년을 지낼 수 있었고 이는 분명 양국의 역사에서의 가장 좋았던 시절 중 하나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역사를 써내려 가는 것은 현대의 우리라는 생각이 들며 묵직한 사명감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