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이번 행사는 내게 일본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책을 통해서만 배웠던 역사를 직접 현장답사를 통해 공부하니 가슴이 뛰었다. 일본은 오랜 기간 동안 가마쿠라, 무로마치, 에도 막부라는 무사의 시대를 거친 나라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성립했던 무인정권을 제외하고는 일본과 같은 오랜 시간 걸쳐 형성된 무사들의 시대와 문화가 없다. 그래서인지 나는 늘 무사라는 집단이 낯설었다. 후쿠젠지에 걸려있던 한 장의 흑백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토 히로부미, 사이고 다카모리 등 그간 말로만 들었던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의 어두운 표정이 담긴 사진이었다. 밀실에 모여 다시 한 번 메이지유신 성공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그들의 모습은 처음 보는 터라 놀라웠다. 또, 계속해서 권력이 여러 사람에게 넘어가는 당시의 상황, 메이지유신 직전의 막부타도운동 등을 더 자세히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청일전쟁기념관을 방문하기 전에는 당시 중국 중심의 전통적 동아시아 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추측해볼 수 있었지만, 암살을 피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지기까지 한 이홍장의 길을 보며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알 수 있었으며 더 면밀히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존하는 모든 것들은 그마다의 연역이 반드시 존재한다. 위안부문제, 서로 다른 역사교과서 서술 문제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재의 한일관계 역시도 연역이 있는 것이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과거를 되짚어가며 현재를 살펴볼 추진력을 하나 더 얻었다. 또한, 만약 내가 이번 신조선통신사 민간 외교사절로서 여정에 오르지 못했다면 절대 만날 수 없을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너무나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