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게는 일본이란 나라가 멀지않게 느껴져 왔습니다. 제가 태어나기전, 일본에서 2년간 살았던 가족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일본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가 직접 겪어본 경험을 없었기에 일본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고 싶은 와중에 본 행사인 대학생 新 조선통신사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일본에 놀러 간다는 생각에 가득 차 있을 때, 사전OT는 제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손승철 강원대 교수님의 강연과 선우정 조선일보 논설위원님의 강연을 듣고 제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가져왔던 일본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감정적 대처를 직시할 수 있었고 이대로라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알 수도, 이길 수도 없다는 사실을 바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정이 제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공대생으로 이 강연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삼고 싶었습니다. 옛 선조들이 성신지교의 정신으로 통신사를 통하여 양국간 평화에이바지했으며, 문화 교류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단지 문화에 그치지 않고 기술과 자본에 대한 직간접적 교류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학도로서 옛 선조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며 성신지교의 정신을 되새기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 배우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했습니다. 8박9일간의 여정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죽림사에서 마주한 김한중의 묘비입니다. 소동으로 조선통신사 일행에 합류했다가 풍토병으로 머나먼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생을 마감했던 김한중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이 묘비를 마주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양국 간의 상호배려와 신뢰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평화교류의 상징이었던 조선통신사 일행이었지만 각각의 개개인이 갖게 되는 아픔과 그들에게 요구됐던 숭고한 희생에 대해서 뼈저리게 느껴졌습니다. 선조께서 가졌던 집단의 목적성과 개인의 희생 사이의 모순적 고뇌를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학교수님의 특별 강연은 제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관점을 명쾌하게 직접언급을 하면서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 단어선택과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본의 여론에 대해 분석해주며 근대에 이르러서의 한일관계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주시니 새로운 시각을 갖는 데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대마도, 후쿠오카, 시모노세키, 히로시마, 후쿠야마, 오사카, 교토, 시즈오카, 도쿄에이르는 긴 여정동안 앞으로 한일 관계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껏 막연하게 여겨왔던 과거사 문제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방향성까지, 결과적으로 동북아의 상호발전을 이룩해내야 하는 양국의 숙명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여정으로 한층 성숙하고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시각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자신합니다. 단연 한국과 일본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세계화 시대에 맞추어 젊은 인재들이 갖춰야 할 국제 관계에 대한 시각과 가치관을 만들어 가는데에 이보다 더 걸맞은 행사는 없으리라 짐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