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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이유정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8박 9일 동안 이번 신조선통신사는 대마도부터 후쿠오카, 오사카 그리고 도쿄 까지, 옛 조선통신사가 지나간 경로를 따라 탐방을 했다. 일본과 처음으로 교류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일본과 좋지 않은 외교적 관계로 인해 사절단의 명칭이 적을 탐색한다는 의미의 ‘탐적사’ 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은 공존과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유지할 수 있었다. 일본이 그 당시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까지 조선의 여러 가지 선진문화를 접하기 위해 조선통신사를 귀하게 대접했다. 이번 탐사동안 조선통신사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 여러 지역을 방문하고 조선통신사가 남긴 시문 등을 살펴보았는데, 조선통신사 역시 그 당시 일본만의 문화를 보고 느낀 점이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과거 조선통신사의 행적은 물론 현재 일본의 모습과 배울 점을 발견하였다. 일본의 여러 지역을 처음 방문한 것이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박물관, 길거리, 상점들, 휴게소 등을 방문하며 일본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일본을 생각하면 ‘일본은 어떤 나라다’라고 나만의 정의를 내리기 전에 좋지 않은 감정들이 앞섰다. 하지만 일본이 생각보다 섬세하고 배려 깊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교토조형대학에서 일본 학생과 교류하는 모습.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본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이러한 생각이 든 결정적인 계기는 후쿠야마에서 신오사카 역으로 이동할 때 탔던 신칸센이었다. ‘우리나라 KTX랑은 조금 다르네’라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았는데 앞좌석에 고정된 간이식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네모난 형태와 흰색 글씨가 쓰여 있길래 자세히 보니 신칸센 내부의 구조가 간략하게 나와 있었다. 안내방송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승객한테 이런 식으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구나 느꼈다. 신오사카역에 도착해서 내릴 준비를 하며 출입문 쪽으로 이동하는데 좌석마다 위에 이상한 동그란 것이 달려있었다. 손잡이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점자로 좌석 번호를 알려주는 시각장애인용 좌석안내판이었다. 그전까지 휴게소 화장실 칸마다 있던 아기용 시트, 노인을 위한 지팡이용 걸이를 보고 이런 것도 있네 하며 신기해했는데, 시각장애인용 좌석안내판을 보고 놀라웠다. 이게 어때서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시각장애인에게 열차의 좌석 번호 안내판은 매우 중요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KTX에는 이러한 장치가 없다. 

일본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평범하고 지나치기 쉬운 장치들이 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하는 마음이 있기에 티가 나지 않는 사소함까지 신경 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로부터 “일본은 작은 거에 강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 당시에는 작다는 것이 일본의 유명 수출품인 반도체나 전자기기 같은 물품인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작다는 뜻이 사소하지만 배려와 세심함이 담겨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잠시나마 일본을 방문하면서 내가 감탄한 것은 어느 근사한 건축물보다도 우리 가까이 있지만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 존재를 잘 모르다가 필요로 인해 배려의 장치를 발견하게 될 때 작은 기쁨과 더불어 일본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질 것이다. 옛 조선통신사를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의 문화적 교류를 했듯 이번 신조선통신사를 통해 일본의 사소한 배려를 우리도 좀 더 갖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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