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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안제민 (고려대 역사교육과)

이번 프로그램에 학교 대표 참가 학생으로 선발되었을 때 정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되었다. 처음엔 일본사와 한일관계사에 관심이 많아서 신청했지만, 곧 ‘내가 일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처럼, 이것이 나에게 단지 유희적 성격을 가진 여행에 그치지 않고 좋은 학습의 기회로서의 답사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그만큼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참가신청서에서 다짐했던 것처럼’ 일본사와 한일관계사에 대한 책들을 다독하고, 주최 측에서 공유해 준 조선통신사 관련 기사와 책도 정독하였다. 물론 이렇게 준비한 것의 영향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참가를 통해 이전보다 한일관계사와 조선통신사에 대해서 더 많은 내용들을 알아갈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일본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고 생각하게 된 점들도 많았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조선통신사를 통한 교류의 재개가 근세 한일관계의 호전에 크게 공헌한 점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전쟁으로 외교관계가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한일 양국은 통신사 교류를 통해 이후 200년 동안 평화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한 손승철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일본 각지에 남아있는 조선통신사와 관련된 유물과 유적을 살펴보면서 통신사 교류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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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의 아카마 신궁에서, 조선통신사 사절이 이곳에서 비극적 죽음을 맞은 안토쿠 덴노를 추모하며 지었다는 시문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한편으로는 근세 일본의 역사를 살펴보고, 관련 내용을 답사해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일본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생소하기도 하고 어렵게 느껴져서 잘 알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일본의 여러 역사박물관들을 답사하면서 조선통신사와 관련이 있는 쇼쿠호 일본이나 에도 막부 뿐 아니라, 전반적인 일본사를 개괄해 볼 수 있었다. 덕분에 교과서 혹은 개론서적 지식에 머물러 있던 일본사에 대한 지식을 좀 더 확장시킬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 역사의 다양한 사건들에 대해 더 공부해보며, 오늘날의 일본과 한일관계에 대해 보다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들도 있었다. 우선 참가 학생들이 답사지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답사지에서 교수님의 설명은 분명 새로운 내용들을 학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것의 의미를 새기는 것은 학생들의 몫일 텐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단지 ‘설명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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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역사박물관에 소장중인 조선통신사 행렬도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일본 대학을 방문하여 갖게 된 교류활동도 아쉬웠다. 일본 학생들과 과연 ‘의미 있는’ 교류가 이루어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과 만나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기보단,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조선통신사, 혹은 한일관계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과 만나서 관련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이 더 유익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학과에서 답사를 준비하는 직책을 맡고 있고, 일본사와 한일관계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서 참가를 신청한지라 본 프로그램을 주로 ‘답사’의 측면에서 되돌아보았다. 하지만 다른 참가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며 이 프로그램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감상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점차 개선되어가며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꼭 누군가에게는 이 프로그램이 내가 느꼈던 것처럼,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그리고 한일관계사에 대해서 훌륭한 학습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또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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