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답사지로 도착한 ‘대마도 한국전망대’에서 저 멀리 보이는 부산을 바라볼 때 기분이 묘했다. 25년간 항상 발 딛고 있던 나의 땅을 다른 나라에서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니 마치 나의 영혼이 내 몸을 빠져나와 나를 보는 듯한 색다른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이번 답사는 나에게 ‘대마도 한국전망대’와 같았다. E.H.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말했다. 타국에서 우리 선조들의 흔적들을 찾으면서 잠시 과거의 선조들의 시간으로 돌아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비교해 볼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유체이탈된 영혼과 일상의 나와 대화도 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번 新조선통신사 8박 9일을 되돌아보면 딱 한 장면이 기억에 깊게 남아있다. 고치소이치방칸 관리인 할아버지가 우리를 배웅해주던 모습이다.
조선통신사 자료관인 고치소이치방칸 관리인 할아버지께서는 이곳저곳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 곳을 떠나 다음 목적지를 이동해야 하는 시간, 잠깐의 관람을 마친 우리가 모두 버스에 올라타자 할아버지는 떠나려는 버스를 향해 손 흔들어 인사를 해주었다. 약 2분 후 우리가 탄 버스는 다리를 건너고 있었고 다들 그 할아버지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서는 곧 먹을 맛있는 저녁 이야기를 하며 환호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를 보았다. 저 멀리 다리 밑에서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끝까지 손을 흔들던 모습을 아마 나 혼자만 목격했던 것 같다. 누구도 보아주지 않을지 몰라도 끝까지 손님들을 위해 배웅하던 그 모습, 그 마음에 정말 감동했던 것 같다. 진실한 마음으로 우리를 맞이해주는 모습이 너무 인상깊었다.
이외에도 우리를 위해 평소에는 잘 공개되지 않는 귀중한 자료를 아낌없이 공개해주었던 아카마신궁, 보태사, 지쇼엔, 청견사, 오사카 역사 박물관의 관계자들과 여러 스님의 따뜻한 한마디와 세심한 배려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우리네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들을 마음 깊이 환대한 적이 있나 생각해보았고, 나는 그렇게 마음깊이 누군가를 환대한 적이 있나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다. 혹자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말한다. 마음을 쉽게 빼앗겨버린 얼마 전 그 경험들로 미루어보았을 때, 사람의 마음을 쉬이 얻는 것은 진실하게 그 사람을 환대하는 것이라고 확신을 하게 된다.
아메노모리 호슈가 주창했던 ‘성신교린(誠信交隣)’이 현실과 그리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내가 상대하고자 하는 사람을 대할 때 정성껏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면 되는 것이었다.
국서를 전달하기 위한 공식사절단인 조선통신사는 지금은 그들이 남긴 유물들로만 당시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어 그들의 본모습을 현시대 누구도 모르겠지만, 그들도 결국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쁜 일에는 웃고, 슬픈 일에는 울며,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귈 때는 반가워하고 헤어질 때 아쉬워하는. 당시 일본인들의 환대에 감동하고, 절경이 감탄하고, 안타까운 사연에 애석해하며 남긴 시구들을 보며 그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의 감정을 지녔으리라는 생각을 해보며 흐뭇해졌다.
답사 8박 9일동안 매일 밤 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호텔 방에서 나와 호텔 주변의 일본의 밤을 산책했다. 대마도 항구의 시원했던 바닷바람과 쏟아질 것 같던 별, 히로시마 공항에서의 야심하고도 상쾌했던 조깅, 오사카 코시엔 야구장과 근처 골목 산책, 무섭게 혼자 걸었던 시즈오카 유흥거리, 도쿄돔의 화려함을 보고 감탄했던 그때의 낯선 풍경들이 나를 환대하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