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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김반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두 바퀴로 달리는 신(新)조선통신사‘에 이어 외교부(주일한국대사관)와 조선일보가 마련한 두 번째 행사 ‘대학생 신(新)조선통신사 - 통신사의 길을 따라서‘. 참가비 없이 8박9일 동안 일본을 학술 여행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지원서를 제출했다가 최종 30명에 선발되었다는 사실에 마냥 들떠 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조선통신사는 조선시대에 국왕이 일본의 막부 최고권력자인 쇼군에게 보낸 외교사절로써 정사, 부사, 종사관 등 수뇌부와 수행원, 역관, 의원, 화원 등 500명 전후한 대규모로 꾸려졌습니다. 양국 간 외교 현안 해결과 정세 파악이 주 임무였던 조선통신사의 역사는 1413년 처음 파견된 이후로 1811년 20차까지 400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과거 조선통신사는 한양을 떠나 부산에 도착해서 배를 타고 대마도(쓰시마)를 거쳐 일본 본토에 상륙했습니다. 이후 오사카까지 해로를 이용한 뒤 육로로 에도(지금의 도쿄)까지 걸어가게 되는데, 한양에서 에도까지 왕래하는 데에는 대략 8개월, 길게는 2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부산에서 쾌속선을 타고 대마도 땅까지 1시간 10분이면 닿지만 옛 뱃길은 그렇게 녹록지가 않았습니다. 파도가 높지 않은 날을 기다렸다가 500명이 탄 6척의 배가 망망대해로 나서야 했고, 배가 침몰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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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젠지에서 바라본 토모노우라의 경치 옛 조선통신사들이 본 것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

조선통신사가 왕래할 때에 반드시 거쳐갔던 항구도시 토모노우라(?の浦).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앞바다에 크고 작은 섬이 많아 멋진 경치를 자랑합니다. 후쿠젠지는 파도가 밀려오는 토모노우라 해안의 절벽 위에 서 있는데 이곳에서 보이는 경치의 아름다움은 조선통신사의 거의 모든 기록에서 볼 수 있으며, 이 멋진 경치를 칭송하는 종사관 이방언의 ‘일동제일형승’ 편액이 현재 후쿠젠지 본당에 걸려있습니다. 조선통신사 선배님들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통해 마치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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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코 호수 6일차에 보았던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 비와호의 노을지는 풍경.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는 것 같다.

대학생 신(新)조선통신사 일행은 지난 1월 21일,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섬 대마도를 시작으로 후쿠오카, 시모노세키, 히로시마, 후쿠야마, 오사카, 교토, 나고야, 시즈오카, 하코네, 도쿄까지 일본 각지에 남은 조선통신사 유적지를 단 9일 만에 답사하였습니다. 목숨을 걸고 문화교류에 힘썼던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따라 이동하며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평화와 선린우호’의 정신을 간접적으로나마 배울 수 있게 되어 가슴이 벅차올랐고, 8개월이라는 시간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교통수단이 발달한 지금은 내 집처럼 편하게 앉아서 목적지인 도쿄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한편으로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30명의 대학생 신(新)조선통신사 일행은 쓰시마부터 도쿄까지 평화의 상징이었던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역사적인 흔적들을 되짚어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와 우리 후손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21세기 한일관계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인솔교수 손승철 교수님이 강조하셨던 ‘끝은 시작이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살아온 길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길은 그 누구도 가지 않은 우리만의 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길은 시작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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