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관계는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손승철 교수님께서 해주신 여러 열띤 강의 중 가장 마음에 남는 가르침이었다. ‘관계’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관계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에 더해 나는 관계란 서로 연결고리를 만들어낸 후 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함께 노력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즉 ‘일방’적인 약탈, 침략, 혹은 전쟁은 결코 위에서 의미하는 ‘함께 만들어나가는’ 관계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통신사는 관계란 일방이 아니라 쌍방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의미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부정적인 감정으로 점철되어있는 두 나라간의 연결고리를 평화의 관계로 만들기 위해서 조선에서는 ‘통신’을 강조했다. 물론 선조들이 강조한 통신이란 소통이라는 의미보다는 한자 풀이 그대로 신의를 통하여 교류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지만,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이번 제3회 대학생 新조선통신사의 의의도 통신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에서 출발해서 쓰시마, 시모노세키, 히로시마, 후쿠야마, 오사카, 교토, 히코네, 시즈오카 그리고 하코네를 거쳐 도쿄에서 마무리된 9박 10일간의 여정 속에서 우리는 과거 그리고 현재와 통신했다. 나에게도 이번 여정이 그 관계의 첫걸음이었던 만큼 제3회 대학생 新조선통신사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의의가 깊었다.
아카마신궁이 소장하고 있는 임수간의 친필 시로, 안토쿠천황의 죽음을 조문하는 내용
쓰시마 섬을 시작으로 우리는 과거 조선통신사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 그들의 흔적을 되짚어보았다. 그 흔적 속에서 선조들이 지키고자 노력했던 가치인 “통신”을 유적과 유물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쇼코쿠지 지쇼인에서는 통신사 사절단과 나눈 시문과 자료를 통해 소통에 힘쓴 양국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고치소이치방칸에서는 조선통신사를 정성어린 접대로 따뜻하게 맞아준 섬 주민들의 마음이 보였으며, 아메노모리 호슈 기념관에서는 조선의 “통신”에 화답하여 “성신”의 정신을 강조한 호슈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오사카에서 우리는 한일관계에 관심이 많은 일본 대학생들과 양국의 문화에 관해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정을 나눴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마음은 통할 수 있도록 존중하고 배려하며 소통에 주력했다. 이런 노력의 과정이야말로 조선통신사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 즉 통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에서 머물며 노력했던 그 모든 것의 시작은 결국 마음을 열어 마음을 얻고자 했던 절실함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열린 마음들을 통해 개인과 나라가 편견 없이 교류할 수 있는 다리가 되고 싶은 희망도 있었을 것이다. 작은 발걸음이었을지라도 이번 제3회 대학생 新조선통신사의 여정에 참여하게 된 우리의 역할도 어쩌면 그 다리의 시작을 놓는 일이 아니었을까. 新조선통신사의 여정은 끝났지만 나는 통신을 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