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지난 2004년 11월 지폐를 새로 발행했다. 지폐를 새로 디자인하면서 지폐 속 인물도 일부 교체했다. 1천엔 권의 경우 일본이 자랑하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가 학자인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로 교체됐으며, 5천엔 권은 외교관인 니토베 이나조(新渡戸稲造) 대신 여류소설가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가 영광을 차지했다. 1만엔 권은 디자인만 바뀌었을 뿐 지폐 속 인물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그대로다.
1천엔 권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 1876 ~1928)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뒤를 이어 1천엔 권 인물이 된 세계적인 세균학자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화덕에 떨어져 큰 화상을 입었다. 왼손의 손가락이 붙어버린 장애에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고, 동급생들의 모금으로 자신의 손을 수술해 준 병원의 견습생으로 일하다 스무 살에 의사가 되었다. 1900년 미국으로 건너가 뱀독을 연구해 명성을 쌓았고, 매독균을 배양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1914년 일본 최초 노벨의학상 수상후보가 된 그는 에콰도르 등 남미에서 황열병 연구를 계속해 1918년 백신을 개발, 백신을 보완하기 위해 1927년 아프리카로 갔다가 이듬해 자신도 황열병에 걸려 가나에서 사망했다.
2천엔 권 슈레이몬(守禮門)
2천엔 권은 2000년 7월 오키나와에서 개최된 G8정상회담과 새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으며 많이 통용되고 있지는 않다. 2천엔 권 앞면에는 건물이 들어있다. 옛 오키나와 왕국(류큐 : 琉球)의 왕궁 슈리조(首里城)의 대문인 슈레이몬(守禮門)이 그것이다. 뒷면에는 일본 최초의 장편소설이라 할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의 그림 화첩에 나오는 귀뚜라미 그림과 이 책의 저자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 918~1014)의 얼굴이 조그맣게 들어 있다. 헤이안 시대 당시
5천엔 권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 1872~1896)
유엔 사무차장을 지낸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를 대신해 얼굴을 올린 메이지시대 천재 여류 소설가인 히구치 이치요. 타고난 감수성과 문장력으로 일본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 그녀는 스물다섯에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근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사춘기의 성장통을 그린 『키대보기(たけくらベ)』는 그녀의 대표작으로 우리나라에도 소개됐다.
1만엔 권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1901)
메이지 시대 최고의 사상가이자 교육자로, 도쿠가와 막부 말기 가난한 하급무사 출신인 그는 봉건적 신분제를 거부한 채 엄격한 자기관리와 노력으로 서양학의 대가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미국과 유럽 사절단으로 서양문물을 탐방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권리·문명·개화·경쟁·사회·자유 등 일본식 한자어를 처음 만들었고, 저작물 수입으로 게이오 대학의 전신인 ‘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를 창설했다. 일본이 다른 동양국가들을 넘어서야 한다는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주장하며 일본 근대화의 일등공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