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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김도희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과거 일련의 사건들에 빛을 비추어 현실의 어두운 문제들을 풀어나갈 혜안을 길러주는 학문. 그게 바로 내가 역사학을 사랑하는 이유이자 공부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래서인지 약 400여 년 전의 통신사의 흔적을 밟아보고 현 한일관계를 다시금 모색해보자는 취지의 신조선통신사로서의 여정은 내게 큰 의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차 일본을 방문해본 적이 있어서인지 일본인들의 친절함, 깨끗한 거리 등에 대해 놀라거나 낯설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여정을 통해 그간 몰랐던 일본인들의 여러 면면들을 새로이 느낄 수 있었다. 또,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일본의 모습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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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무너져내린 히로시마 원폭 돔.
가장 먼저, 일본인들의 역사를 대하는 자세에 크게 감탄했다. 히로시마 평화공원과 박물관을 방문했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원폭으로 인해 반쯤 무너져 내린 원폭 돔을 보며 그 날의 혼란과 심각성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돌이키고 싶지 않은 과거라 할지라도, 있는 그대로 보존해놓아 그날의 아픔을 알리는 일본인들의 역사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박물관의 전시방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폭으로 희생당한 이들의 머리카락, 옷, 찢어진 살점뿐만 아니라 그들의 평소 성격, 그 날에 어떤 일을 하러 가고 있었는지 까지도 세세히 소개해놓은 것이었다. 내 스스로 원폭 희생자 앞에 서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소름끼칠 정도였다. 자국민의 아픔을 전 세계와 공유하고, 동시에 자국민들로 하여금 일본의 미래를 다져 볼 수 있게 하는 그들의 자세. 나는 그것을 보며 도쿄 민단 전시실 구석 언저리에 전시되어 있던 위안부 할머니들과, 강제로 끌려가 고통 받으며 탄광에서 일했던 분들의 사진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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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회에서 일본인, 한국인 친구들과 다같이 찍은 사진.

개인적으로는 이번 행사는 내게 일본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책을 통해서만 배웠던 역사를 직접 현장답사를 통해 공부하니 가슴이 뛰었다. 일본은 오랜 기간 동안 가마쿠라, 무로마치, 에도 막부라는 무사의 시대를 거친 나라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성립했던 무인정권을 제외하고는 일본과 같은 오랜 시간 걸쳐 형성된 무사들의 시대와 문화가 없다. 그래서인지 나는 늘 무사라는 집단이 낯설었다. 후쿠젠지에 걸려있던 한 장의 흑백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토 히로부미, 사이고 다카모리 등 그간 말로만 들었던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의 어두운 표정이 담긴 사진이었다. 밀실에 모여 다시 한 번 메이지유신 성공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그들의 모습은 처음 보는 터라 놀라웠다. 또, 계속해서 권력이 여러 사람에게 넘어가는 당시의 상황, 메이지유신 직전의 막부타도운동 등을 더 자세히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청일전쟁기념관을 방문하기 전에는 당시 중국 중심의 전통적 동아시아 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추측해볼 수 있었지만, 암살을 피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지기까지 한 이홍장의 길을 보며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알 수 있었으며 더 면밀히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존하는 모든 것들은 그마다의 연역이 반드시 존재한다. 위안부문제, 서로 다른 역사교과서 서술 문제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재의 한일관계 역시도 연역이 있는 것이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과거를 되짚어가며 현재를 살펴볼 추진력을 하나 더 얻었다. 또한, 만약 내가 이번 신조선통신사 민간 외교사절로서 여정에 오르지 못했다면 절대 만날 수 없을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너무나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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