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본과 어떻게 공존하며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준 탐방.
나눠준 책자의 내용 중 ‘어리석은 나라는 분노하기 위해, 현명한 나라는 강해지기 위해 역사를 이용한다’ 는 문구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프로그램에 지원할 당시 마음속에는 역사적 탐방이 주가 아닌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선통신사‘라는 단어 자체도 너무 생소했는데 그에 관련된 내용은 당연히 알지 못했다. 밴드에 올라온 조선통신사 관련 내용들을 거의 숙지 못하고 가 총 세 번의 시험 중 처음 풀었던 시험은 정말 너무 어려워 한 문제도 제대로 풀지를 못했다. ‘그저 여행이라 생각하고 오면 많은 시간들이 지루하고 무의미할 겁니다.‘ 라는 말이 너무나 와닿던 OT가 끝나고 탐방을 떠나기 전 조선통신사에 대해 공부를 부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기간이지만 시간을 내서 책을 틈틈이 읽었다. 공부하듯 깊게 파고들며 읽었던 것은 아니지만 탐방 기간 중 아는만큼 보인다던 말처럼 탐방 기간 중 유적지와 유물을 볼 때 굉장히 큰 도움이 됐고 더 넓은 의미로 내가 이 8박9일의 여정동안 어떤 것들을 보고 배우는데 집중할지 그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처음 부산을 도착해 나와 같은 옷을 입고 있던 사람들과 인사하고 탐방을 시작하려 할 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8박9일의 여정동안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오겠노라’
다짐 했고, 탐방 기간이 나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느끼게 해줄지 기대가 됐다. 배를 타고 일본에 가는 것은 처음이라 새로웠다. 배를 타고 가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부산항에서 졌던 태양을 망망대해에서 떠오르는 것을 보며 내 안에서 열정이란 것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던 순간이다. 현명한 나라는 강해지기위해 역사를 이용하기 이전에 역사를 제대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본에서의 8박9일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강한 나라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첫 탐방지인 시모노세키에 도착해 일본 땅을 밟았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매번 여름마다 오는 일본이 주는 느낌이 이번엔 달랐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하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 기존과는 달라서이기도 하겠지만 21세기 신 조선통신사로서 8박9일의 여정에 임하는 마음도 한 몫 했으리라.
오사카성을 둘러싼 해자에 서서. 옛 것과 새 것의 조화가 우리 신조선통신사를 떠올리게 했다.
우리가 일본을 생각할 때는 위안부, 독도문제, 역사왜곡 과 같은 일본의 좋지 않은 면모만을 생각한다. 사람은 부정적인 것을 더 잘 기억한다는 말이 맞다. 나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여행을 가기 전까지는 그들을 깎아 내리기만 했다. 그들이 과거에 저지른 일들에만 집중했고 그 일들은 내 눈을 가리는 안개가 되어 그 너머를 보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렇다면 나는 단순히 분노하기 위해 역사를 이용했던 것일까?
일본을 여행하며 가장 많이 놀랬던 것은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것이다. 그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역사가 있고 아픔이 있을 것이다. 일본은 현명한 나라였다. 그들이 가진 역사는 강대한 나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고 실제로 일본은 선진국이 되었다. 무작정 미워하고 싫어하고 비난하는 행동은 아무것도 가져다 주지 않는다. 오사카 성 답사에서 조선과 일본의 성이 가지고 있는 성질의 차이를 통해 어쩌면 일본의 성 구조가 인명피해를 내지 않는 좀 더 좋은 조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일본을 바라보던 나의 시선을 특정 사건들이 가리고 있지는 않았나 하고 떠올렸다. 이번 탐방은 단순히 조선통신사에 대해 배웠다를 넘어서서 역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답을 얻은 것 같다.
우리에게는 역사를 바로 보는 것이 무엇인지, 1607년부터 총 12차례 파견되었던 조선통신사가 그랬던 것처럼 아픔을 딛고 일어나 소통하며 강대한 나라를 위한 밑거름으로 역사를 이용하는 모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