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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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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유명한 연설문을 읽으며 영어를 배운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오바마의 연설문이 인기가 많았지만 나는 로날드 레이건의 어느 졸업 축사를 좋아했는데, 그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문장이 바로 평화는 갈등의 부재가 아닌 갈등의 평화적 조정이다.”이었다. 이번에 조선일보가 주최한 제4조선통신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나는 이 말이야말로 과거 조선통신사가 해낸 역사적 업적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이 끝난 이후 1607년부터 이어진 약 200년간의 한일평화교류 사절단이었다. 이들은 조선 국왕의 국서를 일본 쇼군에게 전달하는 큰 목적 아래에서 일본과 문화적, 의학적, 문학적 교류 등을 이어가게 되었다. 임진왜란이 1598에 종전한 것을 생각하면 10년도 채 안된 상태에서 조선통신사를 시작한 셈이 된다. 임진왜란 직후 조선 사람들이 가졌을 증오심이나 국가 간의 갈등도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조선통신사는 평화적인 수단으로 갈등의 연쇄로 이어질 수 있던 이 사태를 방지하고 200년의 평화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사실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던 답사지들이 바로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 기념관과 청견사(淸見寺)였다. 아메노모리 호슈는 당시 일본의 유학자로 두 차례에 걸쳐 조선통신사를 에도까지 안내한 인물이었다. 그는 이동곽, 현덕윤, 신유한 등과 만나며 한일 학자 간의 친선적 교류를 하였고, 한일사전인 왜어류해(倭語類解)와 교린수지(交隣須知), 그리고 양 국가간의 평화적 외교를 주장하는 교린제성(交隣提醒)을 편찬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우리가 답사한 청견사는 한일교류의 명백한 증거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이곳에는 조선통신사들이 남긴 다양한 작품이 남아있었고 이 중 50여개에 달하는 작품들이 현재 UNESCO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이 답사지들이 보여주고 있는 성신(誠信), 즉 진실을 가지고 교제하는 자세에서 조선통신사가 생각했던 외교란 무엇인지 볼 수 있었고, 현재 우리가 가야할 길을 엿본 것 같았다. 신조선통신사 프로그램에 참가한 우리들은 이러한 한일 교류를 역사적 지식으로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간사이 대학 학생들과 만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는 시간을 통해 현재진행형으로써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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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가진 한일학생교류회. 양국 학생들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다면 현재의 한일관계는 어떤 것일까? 조선일보에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인식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행을 자주 하며 보게 된 친절한 국민성이 주된 이유였고, 일본은 오히려 한국에 대한 비호감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리고 서로의 인상이 안 좋다는 이유로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역사이다. 결국 현재의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레이건 대통령이 말했듯이 갈등의 존재는 인정하되, 이것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과거를 반성하고 한국에 다가서는 성신의 자세가, 우리는 갈등을 증오심만을 품는 것을 넘어서 일본을 직시하는 조선통신사들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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