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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윤동욱(경북대학교 사학과)

'임진왜란이 끝난 후 조선에서 일본 에도막부로 파견한 외교사절단이자 일본에 조선의 문화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 문화사절단'. 부끄럽지만 이것이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는 내가 조선통신사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지식의 전부였다. 그래서 이번 '대학생 新조선통신사' 프로그램에 선발되었을 때, 목표를 크게 두 가지로 정했다. 조선통신사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기, 그리고 조선통신사가 현재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나만의 해답을 찾기. 2017년 12월 18일, 아침 일찍 부산항에 모여 배를 타고 쓰시마를 향해 출발했을 때도 항상 이 두 가지 목표를 잊지 않으려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9박 10일 동안 부산에서 쓰시마-시모노세키-히로시마-후쿠야마-오사카-교토-시즈오카-하코네-도쿄를 거치는 길고 알찬 여정 속에서 지금까지 단편적인 지식밖에 몰랐던 그리고 책 속에서만 보았던 조선통신사의 모습을 보다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다. 한반도와 일본 본토의 중계지로서 조선통신사 행렬의 총책임을 맡았던 쓰시마(對馬島), 통신사가 권력 투쟁 속에서 죽은 안토쿠 천황을 기리며 시를 지었던 아카마 신궁(赤間神宮), 일본인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던 시모카마가리의 고치소이치방칸(御馳走一番館), 조선통신사들과 깊은 우정을 쌓은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 조선통신사가 묵었던 각종 사찰들, 조선통신사가 국왕의 국서를 전달했던 에도성(江戶城). 조선통신사가 갔던 곳들을 들르면서 각종 유물들을 보고 여러 분들의 설명을 들으며 많은 것들을 배웠다. 내가 알게 된 조선통신사는 단순한 외교사절단이 아니라 임란 이후 양국 간의 평화를 실현시킨 존재였다. 일본 이를 위해 역시 엄청난 예산을 들여가며 조선통신사를 대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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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대학 학생들과의 교류회 후에 촬영한 단체 사진.

그렇다면 현재 조선통신사가 한·일 양국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왜 많은 기관이나 단체, 개인에 이르기까지 조선통신사를 기억하고 조선통신사 관련 행사를 개최하려고 할까? 나는 그것이 현재 대한민국과 일본 양국 사이의 '평화와 우호'를 바라는 마음이 표현된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년 10월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물 111건 333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바로 그러한 마음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오직 한·일 민간단체의 노력만으로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실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각지에서 조선통신사의 유네스코 등재를 축하하는 현수막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여행 중 만난 일본인들도 조선통신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우리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아메노모리 호슈 기념관에서 열정적인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그러한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조선통신사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민간차원의 교류, 학생들 대한 교육, 국민들에 대한 홍보활동 모두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이것이 임진왜란과 식민지배 등 일본이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주었던 고통의 역사를 잊자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조선통신사의 사례처럼 우리가 일본에게 잘 대접받고 환대받았던 역사도 있었다는 점 또한 함께 기억하자는 의미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지금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한일관계를 되살리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선통신사가 임진왜란 이후 조선과 일본 간 평화의 시대를 열었듯, 지금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조선통신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 역시 한일 간 평화의 시대를 여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내가 新조선통신사로 활동하면서 얻은 조선통신사의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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