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현 (포항공과대 물리학과)
나는 욕심이 많았다. 좋아하는 것은 다 잘하고 싶었다. 생애 처음 얻은 취미인 바둑을 14년째 계속하고 있고, 만화로 처음 관심을 둔 삼국지는 역사서와 소설, 만화나 열전 할 것 없이 가능한 모든 것을 접했다. 소설을 좋아하여 읽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몇 개의 소설을 연재한 경험도 있다. 주어진 조건으로 현상을 파악하고 이후의 상태를 예측하는 물리에 흥미를 느껴 결국 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미식축구 만화를 읽고 혼자 미식축구를 시작하여 공을 던질 수 있을 때까지 점심시간, 방과 후에 홀로 몇 달간 노력한 적도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싶었다. 어쩌면 스스로 잘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잘 알고, 잘하고 싶었다. 대학생 新조선통신사 프로그램을 다녀오면서 그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욕심이었는지 깨달았다.
과거 조선통신사는 삼사를 포함한 약 400여 명의 인원이 일본과 국서를 교환하기 위해 긴 여정에 올랐다. 대학생 新조선통신사 일행은 그에 비해 규모도 작고 목적도 거창하진 않았지만, 꽤 많은 것이 닮아 있었다. 조선통신사는 노비부터 양반까지, 아이부터 어른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이 함께했다. 국서를 교환하기 위한 사람, 배를 관리하는 사람, 문화교류를 위해 시를 짓는 사람, 잡일 하는 사람 등 그 많은 사람의 목적 역시 달랐다. 하지만 우리는 25명의 작은 인원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 역시 대체로 비슷했다. 과거를 보고, 현재를 이해하는 일. 현재의 이웃 나라를 보고, 본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일. 그것이 우리의 임무였을 것이다. 하지만 25명의 눈은 모두 달랐다. 우리는 같은 답사지에서 모두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것을 봤다. 같은 곳에서 본, 서로 다른 것을 이야기하며 서로 다른 것을 받아들였다. 우리가 받아들인 것은 다름 그 자체였을 수도 있다. 매우 다양한 삶과 경험으로 본 시각을 공유하는 것. 작게는 한 나라에서 뽑힌 25명의 대표의 상호작용일 수 있지만 두 나라의 자그마한 연결고리 어딘가에 있는 소통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9박 10일간 동료와의 대화는, 내 생일에 참여한 간사이대학과의 교류회는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우리가 일본에 간 이유, 과거에 조선이 일본에 간 이유는 다름과 함께하기 위해서라고 스스로 결론지어본다.
시모카마가리에서 4조와 함께.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것은 대사관에서 열리는 감상발표회를 준비하면서였다. 내가 동료들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 하나가 있었기 때문에 조별 발표에 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여서 당연히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발표 전날 밤을 새우면서 준비하는데 조원 모두가 옆에서 함께 회의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혼자 많은 양을 책임지려 한 것을 후회했다. 난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이 되길 원했었다. 그런데 대학생 新조선통신사는 모두와 함께하는 사람이 되어보는 것은 어떠하냐고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함께 한 다른 동료들은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생각하고, 다른 질문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감상발표회에서 대학생 新조선통신사 동료에게 던진 질문은 “여러분은 이번 여정에서 어떤 편지(질문)를 받았습니까?”였다. 대한민국으로 돌아온 후, 나는 나와 다른 많은 사람이 내 부족한 빈자리를 채워주길 기대하면서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