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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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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중앙대 간호학과)

 

 

 

조선통신사가 남긴 메시지

 

지난 10월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자그마치 333점이다. 조선시대 500년간에 걸쳐 한국과 일본을 왕래한 조선통신사는 약탈의 시대를 공존과 평화의 시대로 바꾸었고, 시간이 흐른 이 시점 우리들에게 소중한 유산들을 남겨주었다. 그렇지만 조선통신사가 남긴 것은 오로지 그 유산들뿐이었을까?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지고 53년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분쟁이 있었고, 지난 12월의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재검토 의지 표출과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합의 이행 요구에 이르기까지 양국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조선통신사가 남긴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생 조선통신사-통신사의 길을 따라서를 통해 그 의미를 알아보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대학생 조선통신사-통신사의 길을 따라서는 조선일보사와 외교부(주일한국대사관)가 주최한 탐방으로 국내 대학 25곳에서 추천 및 선발된 대학생들이 부산항을 출발하여 쓰시마를 거쳐 도쿄에 이르기까지, 옛 조선통신사가 다녀간 길을 따라가며 역사적 흔적들을 되짚어보는 자리였다. 유적 탐방, 교수님의 설명 그리고 한일 양국의 석학의 강의를 통해 한일 양국이 화해의 길을 걸어왔음을 알게 되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채 조선을 떠나 일본에 발을 내딛은 통신사들이 전쟁의 갈등 끝에서도 물자와 문화를 교류하고 외교 문제를 해결해 나감으로써 화해의 역사를 만들었던 것이다.

 

탐방 중 대학생 ()조선통신사로써 오사카 간사이대학 학생들과 교류를 가졌다. 문화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현재의 한일 관계와는 관계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교류회를 마쳤다. 서로를 알아 가고 이해해 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어졌고, 서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겨 더 공부를 하게 되었다. 결국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교류가 필요함을 느꼈다. 그것이 비록 개인 간의 교류더라도 말이다. 대화하고 관심을 갖고 이해하는 것. 이것이 화해의 역사를 이어나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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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간사이대학 학생들과 교류회를 가졌다. 이 날 나의 의견으로 발표한 내용이 후에 조선일보에 실리는 영광을 누렸다.

 

 

300명에서 500명이 넘는 통신사들이 6개월에서 1년이 걸렸던 대장정을 25명의 학생들이 910일의 여정 동안 모두 경험하고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유적을 보고, 강의를 듣고, 서로 토론을 한 후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가늠해보는 뿐이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내 나름의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이후 조선통신사를 통해 화해의 역사가 있었던 만큼, 현재의 한일관계도 다시 화해의 장을 열고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조선통신사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양국을 이해하려는 노력, 대화 그리고 교류로 악화된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그 유산으로써 알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선통신사'의 행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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