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보건 (영남대 원예생명과학과)
변화의 바람.
평소 나는 역사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지극히 평범한 이공계열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이번 新조선통신사 여정은 내가 가지고 있던 편협한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 이 행사를 통해 더 많은 대학생들이 이러한 배움과 변화의 기회에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
우선 평소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일본 하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등과 같은 잔혹한 전쟁을 안겨준 전범국가, 그것에 대한 뉘우침 없이 여전히 몰상식한 발언들과 행동들로 많은 우리 국민들의 원성을 듣고 있는 나라. 이 정도 인식에 불과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왜 과거 우리 선조들은 그 수모를 당하고도 조선통신사를 통하여 일본과 교류를 하고자 하였을까 생각해보았고, 혹시 분한 마음을 참고 억지로 외교사절단을 보낸 것은 아닐까? 라고 상상도 해보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다닌 여정 속에서 일본에서는 조선통신사의 행렬에 천문학적인 액수가 투입되었고 후에는 그 어마어마한 비용이 부담되어 조선통신사의 행렬이 1811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어지지 못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된 333점의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물과 등록은 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있는 기록물들을 보면서 조선과 일본이 동등한 위치에서 교류하였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궁금증에 대한 답으로 조선통신사는 억지로 파견된 외교 사절이 아니며 일본이 조선통신사를 얼마나 극진히 대접했는지, 또한 전쟁으로 단절된 양국이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까지 잘 보존되고 있는 역사적 증거들은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사라지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조선시대의 한일 외교관계는 일방적이었던 것이라고 생각한 나에게 아주 큰 깨달음을 주었다.
조선통신사의 선착장이 있었던 오후나에를 가기위해 만제키바시를 걸어서 이동 중 만제키바시 앞에서.
일본인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현재의 한일관계도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란 믿음도 가지게 되었다. 현재 한일 관계는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라고들 표현한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정치니 외교니 어렵고 복잡한 이해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손짓으로,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를 배려했고, 교류하였다. 교류회가 끝난 후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연락처를 교류하고 현재까지도 그 연락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이처럼 과거 조선통신사의 역할도 서로 간의 불화를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녹이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었다. 이번 그리고 앞으로의 대학생 新조선통신사들의 열린 교류는 도화선에 붙은 불씨처럼 점점 큰 양국의 문제에 다가가 속 시원한 해결의 한 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귀국 전날, 도쿄에 위치한 한국 문화원에서 니시노 준야 교수의 현대 한일관계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강연을 들으면서 스스로 점점 부끄러워졌었다. 일본과 여러 외교적 문제들로 많은 마찰을 빚고 있는데, 그 문제들의 표면만 알고 있고 그 이면에 대해선 찾아보려고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보이는 것만 보고 무작정 일본 정부를 비판하고 적대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연을 듣고 바로 한일 양국이 진행해왔던 담화와 각 정부의 입장에 대해 알게 되었고, 더 많은 자료들을 검색해보고 찾아보게 되었다. 이번 여정과 다양한 강의들은 스스로 역사에 대해 능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였고 따분하게만 느껴졌던 역사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는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의 벌어진 문제에 대해 현명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대학생 新조선통신사의 여정이 앞으로도 이어져 다른 학생들에게도 학교 내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들과 마주하며, 개개인이 갖고 있는 생각과 시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길 바란다. 또 한 걸음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함께 한 우리 각 학교 대표 2인과 더없이 뜨거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조선일보 관계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