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창 (3회, 가톨릭대 일어일문전공 4학년)
2017년 12월 18일 출발. 9박 10일 대마도부터 도쿄까지 4,000km의 긴 여정, 30명의 낯선 사람들과 낯선 타지로의 여행.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대학생 新조선통신사 3기의 긴 여정은 시작 전부터 나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나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동아리 친구들과 자주 역사토론을 즐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막상 조선통신사에 대해서 떠올려보니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단순히 일본에 조선의 선진문물을 전파해준 외교 사절단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약 두 달 전 10월 3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는 뉴스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것이 여행 전 내가 가진 사전지식의 전부였다.
일정이 시작되면서 점차 조선통신사라는 것이 내가 생각한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 당시 동아시아의 전체적인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헤아리는 것이 선행되어야만 조선통신사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한 점들은 손승철 강원대 명예교수님을 비롯해 여러 교수님들의 강연을 들으며 배울 수 있었다. 그중 내게 가장 와 닿았던 강의는 바로 게이오대학 니시노 준야 교수의 ‘현대 한일관계’에 대한 강의였다.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한일관계에 있어 우리들의 입장만 알아왔다면, 이 강의를 통해서 일본 측의 입장도 헤아려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간사이대학 교류회 중 친분을 다지고 있는 이제완(울산대)
나는 일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었다. 독도 문제나 우파 정치가들의 망언을 접할 때마다 일본 문화고 뭐고 알 바 없고 도저히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원수지간이라고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기억이 새로웠다. 그렇게 일본을 마냥 싫어하고 증오하기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과연 일본의 문화나 경제 및 정치, 외교적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싫어했던 걸까? 어느 한 부분만을 가지고 전부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의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이에 대한 해답은 여정 중 있었던 대학생교류회에서 만난 한 일본인 학생과의 대화 속에서 깨닫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이 평화의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를 알아야만 합니다. 즉 자기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제3의 관점에서 자국의 역사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난 제3의 관점! 그 말이 내 가슴을 쳤다. 내가 가진 의문의 해답에 접근한 것만 같았다. 비로소 앞으로 한일 관계가 나아갈 방향성을 깨달은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한일관계는 임진왜란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 또한 본래에 가지고 있던 편협한 시각으로부터 벗어나야한다. 개개인의 변화를 계기로 한일 양국 간의 관계가 조선통신사가 이뤄낸 것처럼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양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일본은 우리와 함께 미래의 역사를 써내려가야 하는 상대다. 동지로서 가느냐, 적으로서 가느냐 아니면 제3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느냐, 양국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9박 10일 동안 함께해준 전국 25개 대학 친구들과 교수님, 그러고 조선일보 관계자 여러분, 우리를 친동생처럼 챙겨준 기자님과 대사관 직원분들… 그분들 덕분에 긴 여정이 보람 있고 행복했습니다. 수고해주신 모든 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