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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이승규 포항공대(전기전자공학과)

지구촌이라는 단어는 1945년 처음 사용된 단어로,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며 서로를 알고 정보를 공유하며 사는 시대를 가리킨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세계가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며 배웠던 단어로 기억한다. 하지만 같은 시절 우리와 제일 가까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만큼은 하나의 마을로서 생각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7년이 지나 대학생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일본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이 겪었던 아픔을 생각하며 사소한 반일감정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그렇다고 일본에 여행을 가서 그런 감정에 얽매여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과거 우리나라와 좋지 않은 역사로 얽혀있지만, 여행가기는 좋은 나라. 딱 이정도가 나의 일본에 대한 인식이었고 그랬던 내가 우호적인 한일관계를 위해서 역사로부터 배워보자는 목적으로 탐방을 신청하게 되었다. 나의 조선통신사 일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시즈오카에서 일본 현지 대학생들을 만나 교류하였다.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조선통신사는 교과서에서 포장된 선진 문화 전파라는 화려한 이유 이전에 임진왜란 이후 피폐해진 양국의 이익을 위해서 시작된 것이었다. 조선은 일본이 다시 침략해 올 것을 두려워해, 일본은 조선이 청나라와 손을 잡고 쳐들어 올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교류가 이후 200년 동안 조선과 일본 사이의 평화를 가져다주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서로의 평화를 바라보며 시작한 교류. 처음에는 표면상의 이유였지만 두 나라는 이를 200년 후의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의 선린 우호의 통신사로서 남겨주었다.

우리의 탐방도 이를 바라보며 계획되었다. 점점 악화일로에 놓이고 있는 양국의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교류의 시작이었다.

나는 일본 현지 학생들과의 교류행사에서 평화로의 길을 열 가능성을 보았다. 서로 마음속으로는 양국의 문제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로 순수하게 만나게 되었고, 과감하게 색안경을 벗어던진 뒤 우리 또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국민들이 ‘우리’라는 단어로 묶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정말 놀라웠다. 뒤풀이에서 나눈 소소한 일상 얘기들을 비롯해서 우리가 서로 아프지 않아도 되는 많은 이야기가 있음을 확인했고, 과거의 역사를 이해함에 있어서 우리가 진정으로 화살을 돌려야 하는 것이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친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오사카성 앞에서 일행들과 함께 점프샷을 찍었다. 30명의 일행들이 있어서 10일 동안의 여정이 정말 재미있었다.

한일 양국의 역사는 참 길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우리가 느낀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하지만 이번 탐방을 통해 배운 것은 양국 모두를 위해 평화의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2016년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일본도 우리와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기에 시즈오카에서 만난 일본 친구한테 연말 인사를 보냈고 방금 전 답장을 받았다. 양국이 진정으로 함께 하려면 정부라는 큰 차원에서 해소되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같은 한명 한명의 친구들이 앞장서 해결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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