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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오금택 중앙대학교(경영학과)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 무너진 한일관계를 회복하고 200년간 이어진 외교사절단이다. 조선통신사가 시작되었을 때는 임진왜란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지금은 일제강점기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임진왜란 이후 한일관계가 조신통신사를 통해 회복된 것처럼 냉각된 현재 한일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서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국내 대학생 30명이 모여 그 답을 찾아보고자 新조선통신사라는 이름으로 과거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배우자. 통신사 파견 이전에 조선은 일본에 대해 무지했다. 그 당시 지도를 보면 일본과 조선은 실제보다 멀리 떨어져 있고 일본의 크기는 지금의 규슈지방에 불과하다. 조선은 규슈지방을 일본의 전부로 생각하고 있었다. 조선통신사 일행은 여정을 통해 일본에 대해 배우고 생각을 바꿔갔으며 이를 사행록이라는 기록으로 남겼다. 한편 조선과 일본의 평화외교에 앞장선 아메노모리 호슈는 ‘예를 다하려면 조선의 말을 배워야 한다’며 3년간 부산에 머물며 우리말을 배웠다. 대마도에 조선말을 배우는 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일본친구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은 ㅁ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ㅁ이다'의 ㅁ안에 들어가는 답변을 받은 사진
우리는 일본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바로 옆에 있는 국제관계상 중요한 이웃나라인데도 우리는 서로를 배워가려는 노력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독도문제로 다투다가도 저녁에 스시를 먹거나 일본 만화를 보는 세상이다. 과거문제로 일본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보다는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그래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만나자. 조선통신사 일행은 일본에서 막부 1년 예산에 버금가는 비용을 들인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실제로 우리가 들렀던 통신사 일행들이 여정 중 머물렀던 절에서는 통신사 일행이 적은 시나 글귀를 현판에 새기는 등 아직까지 대대로 귀하게 보관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통신사는 수많은 일본 사람들을 만났다. 지리를 잘 모르는 통신사 행렬 배를 연결해 앞에서 이끌었던 사람들을 포함해 시와 그림을 서로 주고받고 마상재 공연을 하기도 했다. 통신사 일행은 전쟁당시 칼을 빼든 적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친구로서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시즈오카에서 만난 일본 학생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독도 이야기가 나오면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 다짐하고 있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한국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친구들이었다. 한국이 좋아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가고 싶다는 그 친구들에게서 언론에서 보았던 혐한감정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시즈오카에서 한국과 일본 청년들이 교류한 교류회 사진

바로 세우자. 임진왜란 이후 우리의 선조들은 갈등을 계속 키우기보다 화해와 평화를 선택했고 조선통신사는 약 200년간 지속되며 양국 평화관계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그 조선통신사 기록을 이번에 한국과 일본 민간에서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신청을 했다. 평화외교의 뜻을 이어 한일관계를 바로 세우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화해와 평화가 우리가 입은 상처를 무작정 덮고 넘어가서 얻어지는 것이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에 대해 배우고 만나야한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초밥에 와사비 테러를 하는 일본인도 있지만 외국인이 많아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지하철 방송에 항의하는 일본인도 있다. 과거문제로 일본이 밉지만 구마모토 지진으로 고통 받는 일본사람들에게는 위로의 성금을 전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한국은 일본을, 일본은 한국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다. 신뢰를 통하고자 했던 조선통신사처럼 같은 뜻으로 우리의 관계를 바로 세워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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