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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채진성 (중앙대 사회학과)

조선일보와 외교부가 주최한 ‘대학생 新조선통신사-통신사의 길을 따라서’ 행사는 경직된 한일관계를 극복하고 과거 선조들의 평화의 메시지를 되새기며 바람직한 양국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나는 평소 현대사에서 급부상하는 동아시아의 위상에 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장차 동아시아에서 외교·안보·경제·가치 영역 등이 통합되는 연합체가 형성된다면 동아시아의 잠재력이 더욱 활짝 꽃 피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아시아 국가들 간 진실로 교류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한일외교장관 회담은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 양국 갈등의 골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위 행사가 앞으로 한일관계에 대해 고민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주저하지 않고 지원했다.

행사는 8박 9일 간 이어졌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대마도-시모노세키-히로시마-후쿠야마-오사카-교토-나고야-시즈오카-하코네-도쿄 등지의 통신사 유적지를 강원대 역사학과 손승철 교수님의 지도 아래 답사했다. 선박, 신칸센, 항공기 등 이동방식이 다양했지만 주로 사용된 이동수단은 전용버스였다. 답사지는 물론이고 버스에서도 통신사에 관한 강의와 비디오 시청이 이어졌다. 강의는 통신사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통신사가 다녀간 지역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지식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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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TV가 신조선통신사 일행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현지 언론보도로 한일 양국을 화합으로 이끈 통신사의 정신이 공유되길 바랐다.

조선통신사는 '조선시대에 국왕이 일본의 막부 최고권력자인 쇼군에게 보낸 외교사절'이다. 통신사들은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차례나 바다를 건넜다. 통신사들은 한일 양국에 남긴 임진왜란(1592~1598)의 상흔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건너가 조선인 포로송환 등의 문제를 논의하고 선린우호를 위한 외교를 도모했다. 그 결과 통신사들이 오갔던 200여 년의 기간은 한일 관계 역사상 손에 꼽힐 만큼 평화로운 시대로 평가된다. 新조선통신사 행사는 과거 통신사들의 정신을 담아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하자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행사 중 오사카TV로부터 新조선통신사 일행에 대한 인터뷰 제의가 들어왔다. 나는 운 좋게 기회를 얻어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일행들과 함께 인터뷰를 준비한 기억은 내게 진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인터뷰는 단순하게 보면 나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한국 대학생들의 생각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글자 하나, 단어 하나를 말로 옮기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과거 통신사들이 겪었을 외교업무의 부담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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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통신사가 지나갔던 조선인가도의 모습. 길과 주변 가옥들이 예스럽게 보존돼있다.

인상 깊었던 일정 중 하나는 동경문화원에서 진행된 게이오 대학 니시노 준야 교수님의 강연이다. 그는 “한일관계 50년을 다시 생각하자”면서 “신시대 한일관계를 향해 가기 위해서는 경제/사회/문화/인적교류 등 다 측면에서 한일관계를 조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위안부 관련 외교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표명하면서, 과거사 문제로 인해 갇힌 한일관계의 숙제들을 언급했다. 일본학자와 한일 관계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생경하게 다가왔다. 한국 대학의 교실에서는 한일 관계를 논할 때 일본에 대해 다소 감정적인 말이 자주 오가기 때문에, 한 교실에서 일본인과 한일관계를 논하는 것을 상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한일 간 진실된 교류를 위해서는 우선 활발한 소통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 강연은 한일 양자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 일정과 여러 행사들을 보다 만족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일행들을 보면서 新조선통신사로서의 자부심과 일체감을 느꼈다. 이런 벅찬 감정들은 우리 내면 깊이 자리한 애국심 덕분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오는 3월 한국과 일본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다. 과거 양국을 화합으로 이끈 통신사의 정신을 기리는 이러한 노력이 앞으로 한일관계를 성신(誠信)의 길로 이끄는 이정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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