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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한재인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조선통신사;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幕府) 장군에게 파견되었던 공식적인 외교사절.’ 대형 검색 포털의 검색창에 ‘조선통신사’를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조선통신사의 정의이다. 그리고 이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정의가 대학생 신(新)조선통신사 활동 전 조선통신사에 대해 무지한 내 지식의 전부였다. 하지만 신조선통신사 활동을 통해 과거 조선통신사의 존재는 단순한 외교사절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조선통신사 답사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아카마 신궁, 토모노우라의 후쿠젠지 그리고 청견사였다. 아카마 신궁은 일본이 남북조 시대로 갈라져 전쟁하던 시절, 최후의 전투를 벌인 단노우라에서 헤이시 일파가 패하자 함께 바다에 몸을 던져 죽은 8세의 어린 남조 천황 안토쿠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신사이다. 한창 어리광부릴 8세라는 어린 나이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죽음에 이른 어린 천황의 이야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카마 신궁에 대한 이야기를 다 듣고 신궁을 더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굉장히 놀라웠다. 신사는 뭔가 절처럼 조용하고 소박한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과 달리 굉장히 규모가 크고 화려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웅장한 곳에서 조선통신사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고 하니 과거 일본이 조선통신사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신사를 둘러보고 있는데 신사에 돈을 넣고 합장하여 기도하면 좋은 인연이 찾아온다고 하여 조원들 몇 명과 돈을 모아 함께 기도를 했다. 과거 조선통신사들이 아카마 신궁에서 머물며 이 곳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었듯이, 이번 신(新)조선통신사 활동을 통해 좋은 인연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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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선통신사 일행은 직접 답사지도 둘러보고 이동하면서도 강의를 들었다.

두 번째로 인상 깊은 곳은 토모노우라의 후쿠젠지에서 바라본 풍경이었다. 조선통신사의 종사관인 이방언이 후쿠젠지에 앉아 일본 제일의 절경이라며 토모노우라를 극찬했다는 기록과 같이, 후쿠젠지에서 바라본 풍경은 마치 그림과 같았다. 후쿠젠지에 도착했을 무렵의 날씨는 해가 쨍하니 뜬 굉장히 맑은 하늘이었지만 약하게 눈발이 흩날리는 신기한 날씨였는데, 그러한 날씨가 토모노우라의 푸른 바다와 함께 더욱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후쿠젠지 내에는 조선통신사들이 쓴 시들이 목판으로 걸려 보관되고 있었는데 과연 시가 절로 나올 풍경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을 과거 조선통신사들의 모습을 상상하자, 풍류를 즐길 줄 아는 그분들이 메마른 현대인들보다 더 낭만적이고 멋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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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조선통신사 활동에선 옛 조선통신사의 행적을 따라가며 역사를 돌아보는 것뿐 아니라 일본의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곳은 청견사인데, 아름다운 정원과 인공폭포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이전에 크고 작은 신사 및 절들을 방문하면서 일본의 정원 문화에 감탄했었는데, 그 중에서도 청견사의 정원이 가장 멋있었다. 무엇보다도 신조선통신사로 온 우리 일행들을 위해 스님께서 인공폭포를 틀어주셨는데, 규모는 작았지만 그 옛날에 인공폭포를 만들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고 그때 만든 폭포를 지금까지 운행되게끔 잘 보존해온 것에 두 번 놀랐다. 지금보아도 이렇게 놀랍고 아름다운데, 과거 조선통신사분들은 얼마나 감탄하고 즐거워하셨을까. 일행들의 감탄사가 마치 옛날 조선통신사들의 감탄사처럼 들렸다. 

이번 신조선통신사 활동 중에서도 특히 위의 3곳은 조선통신사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갖게 해주었다. 조선통신사란 어떠한 정치적 목적만을 위한 단순한 외교사절단을 넘어, 문화를 전달하는 문화사절단이자 시와 그림 등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낭만파이며 마음과 마음을 나누며 아메노모리 호슈가 말한 ‘성신교린’의 정신을 실현한 멋진 분들이다. 이번 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들을 토대로, 앞으로 과거 조선통신사에 뒤지지 않는 21세기 신조선통신사로서 더 성장하고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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