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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윤여정 (인하대 전자공학과)

대학생 신조선통신사를 통해 내가 느낀 것은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는데 왜 서로를 이렇게나 미워하는가?”였다. 나도 이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에는 일본을 원수 내지는 적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니 우리는 일본의 만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한다. 일본의 자연을 좋아하고 그들의 문화를 좋아한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우리의 노래를 좋아하고 드라마를 좋아한다. 우리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고 있는 것일까? 시대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과 일본은 소위 말하는 교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일본은 조선에 국왕사(國王使)를, 조선은 일본에 통신사(通信使)를 파견하였다는데 특히 통신사의 행렬도를 보면 흡사 한국의 아이들 가수에 열광하는 일본의 모습과 같다. 그런데 그러한 관계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임진왜란, 그 주범 도요토미 히데요시.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라 부르게 된 계기인 이 임진왜란을 기준으로 대외적으로는 가까워 보일 수 있어도 마음속 깊이 그들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난 듯하다. 하지만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에도 계속 파견된 외교사절단이다. 비록 청나라로부터의 압박을 견디기 위함도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미움을 이겨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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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조선통신사 탐방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사람'인 것 같다. 통신사 동기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조선통신사와는 관련 없는 장소이지만 한국인 위령비(히로시마 평화공원)를 보고 나라를 잃은 몸으로 이름까지 빼앗기고 바다를 건너와 고향이 아닌 곳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을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을 달래주는 위령비 하나. 그마저도 원래는 공원 밖에 있었다고 한다. 시즈오카에서 만난 재일교포 3세는 “나는 3세라 한국말도 서투르지만 분명히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히로시마의 평화공원 밖에 있는 한국인 위령비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였다”고 했다. 

나는 일본을 항상 적으로 생각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적으로 생각하여 마치 탐적사(探賊使)인양 통신사의 길에 올랐다. 그런데 상당수의 일본인은 우리에게 호의적이었다. 그렇다고 역사를 잊고 그들을 용서할 수 있겠는가? 그건 불가능하였다. 하지만 용서는 강한 자가 베푸는 것. 강한 자만의 특권이 바로 “용서”인 것이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일제강점기의 치욕 그리고 그 생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 그러나 우리가 미워해야 할 대상은 그 세대와 일본 수뇌부다. 영화 ‘오빠 생각’에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잘못한 건 어른들이지 너희가 아니잖아.” 그 말대로다. 비록 임진왜란이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전쟁을 겪었지만 그 후 200년 동안 평화를 유지했듯 그 후손인 우리는 일제강점기라는 치욕스런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을 극복하고 평화의 시대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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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신조선통신사의 여정을 함께 한 동기들과 포즈를 취했다.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오늘날 평화의 시대를 여는 시작이 바로 대학생 신조선통신사가 아니었나 싶다.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은 바로 우리세대이다. 그 주인공인 우리는 우리의 선조가 그러하였듯 아픔은 마음속에 묻어두고 그들과 소통할 것이다. 그리고 신조선통신사의 탐방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그 가능성을 열어준 하나의 이벤트로 남을 것이다.

촛불은 어두울 때 가장 밝게 빛난다고 한다. 밤하늘의 별빛이 아름다운 이유는 밤하늘이 어둡기 때문이다. 달빛은 태양과 정 반대에 있을 때 가장 밝게 빛난다. 이와 같이 서로 멀어지려 하고 악화된 관계속의 나라이기에 신조선통신사의 탐방은 오히려 더욱 빛났다고 생각한다. 어두운 밤바다의 등대와 같이, 어두운 밤하늘의 달빛과 같이 우 리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삐뚤어지지 않은 길로 인도하는 통신사. 우리는 조선통신사에게서 한일 갈등문제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고,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 그것을 배울 수 있었다.

조선통신사가 한 번의 파견으로 끝난 게 아니고 수차례 파견되었듯 대학생 신조선통신사도 이번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인 행사가 되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일간의 믿음을 상징하는 조선통신사, 그 역사를 잇는 대학생 신조선통신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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