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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김유진 (울산대 일본어·일본학과)

전국의 서른 개 대학에서 선발된 서른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것, 대마도부터 시작하여 일본의 수도 동경까지 과거 조선통신사가 걸었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여정이라는 점을 알고 취업준비생임에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도 제가 다니는 울산대학교 대표로 선발될 수 있었고, 신 조선통신사 참가자 중 최고 연장자라는 이름 아래 행사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작성하는 참가 후기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제가 느꼈던 부분들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써내려가 보려고 합니다. 제가 쓰는 내용은 제 개인의 생각이지, 신 조선통신사 행사 주최 측이나 참가자들의 생각이 아님을 밝히며 혹 저와 생각이 다른 분들이 계시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행사에 참가하기 전 저의 모습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오는 2월 19일 졸업을 앞둔 울산대학교 학생입니다. 제 전공은 일본어·일본학과로 일본어는 물론, 일본의 문화나 역사 등 일본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대학생활 동안 충실히 배워왔습니다. 또한 울산대학교 교내의 일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류 프로그램이나 국가 간의 평화를 주제로 다양한 나라의 참가자들과 토의를 펼치기도 한 아소산 글로벌 캠프 등 일본과 관련된 다양한 대외활동을 꾸준히 참여해온 저는 한일 관계, 또 그 관계의 발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습니다. 이번 행사 또한 저에게 많은 경험을 줌과 동시에 이러한 생각들을 다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참가 후기를 통해 이 행사가 저에게 가르쳐준 것들과 느끼게 해 준 것들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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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김민기씨의 깜짝 생일파티 모습. 김민기씨는 생일 선물로 김씨가 태어난 날의 '조선일보 1면'이 인쇄된 지면을 받았다.

이번 행사의 일정을 간략히 말씀드리면 8박 9일 동안 부산에서 배를 이용해 대마도로 일본을 건너가 후쿠오카 - 시모노세키 - 히로시마 - 후쿠야마 - 오사카 - 교토 - 시가 - 나가하마 - 시즈오카를 거쳐 동경까지 일본 본토의 수많은 곳을 과거 조선통신사가 걸었던 유적들을 중심으로 돌아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지금껏 책과 자료들로만 보고 듣던 유적들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역사와의 살아있는 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우리 선조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이 길을 걸었을지, 그 시기에 조선통신사과 일본의 관계는 어떠하였을지 등을 상상하며 걷는 여정은 완전히는 아니었겠지만 과거 선조들의 숨결은 물론 ‘거짓 없이 진심으로 교류한다’는 성신교린의 정신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역사 공부에는 도통 흥미를 갖지 못하던 저에게 있어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이번 답사들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임에도 어렵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이번 행사 동안 배운 것은 유물, 유적을 통한 역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8박 9일의 여정 동안 만난 수많은 일본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지금껏 알지 못했던 그들의 정서와 문화를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 길 곳곳에 있는 표지판들과 사소한 식습관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배려들, 호텔 종업원들부터 편의점 직원까지 하나같이 갖고 있는 친절까지. 일본어와 일본에 대한 공부에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한 저는 이미 일본에 대한 많은 부분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일정을 통해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말을 새삼 통감하게 하였습니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정서적으로 많이 다르고 단점들도 있지만 배워야 할 점 또한 많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조심스럽게 지금 한일 관계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우선 매우 안타까운 상황의 연속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양국 간의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고, 정부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적극적인 마음을 기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국민의 뜻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협상이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인해 양국의 국민들 간의 불화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취하는 방법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객관적인 눈으로 보고 차분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번 행사를 통해 한일 관계에 대한 기사들을 눈여겨 보며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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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성을 견학하고 나온 뒤 일행을 기다리다가 가방에 한국 아이돌의 이름표를 주렁주렁 달고 나온 일본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밖에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참여한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서른 명의 참가자들과 소통할 소중한 기회를 통해 일본과의 교류와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과의 교류나 단결. 즉, 외부를 보는 것만큼이나 동시에 내부를 보는 것 또한 중요한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인상 깊었던 기억은 오사카성에서 가방에 한국 아이돌들의 이름표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일본 중학생들을 만났던 것입니다. 그 아이들은 제가 일행들과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주위를 서성거리다 수줍게 말을 걸었던 것 같았습니다. 저는 가방에 달린 한글로 된 이름표들을 보고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어린 나이에도 이렇게 우리나라의 문화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기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한국에 대한 순수한 동경의 마음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이러한 마음이 하나 둘 쌓인다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머지않아 진정한 의미의 성신지교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업 준비가 한창인 저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큰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직 보잘 것 없는 한낱 취업준비생에 불과한 저이지만 서로간의 배려를 바탕으로 누구 하나 인상 찌푸리지 않고 웃으며 교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보다 더 깊은 생각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몇 일전 있었던 한일 축구전에서의 쓰라린 패배의 기억을 떠올리며 부디 앞으로는 적이 아닌 라이벌로써 본선에서 시원하게 되갚아줄 수 있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참가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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