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新조선통신사를 통해 조선통신사와 일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조선통신사가 얼마나 대단한 행렬이었는지, 조선통신사를 대하는 일본인들의 정성이 얼마나 커다랬는지. 그리고 한일관계의 회복과 평화시대의 가능성도 보았다.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대학생 新조선통신사의 가장 큰 의미는 답사에 대해 재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먼저, 답사는 열정을 쏟아야 하는 활동임을 깨달았다. 한양대학교 사학과에서의 3년 동안, 나는 여러 번의 답사를 경험했다. 학과 정기답사로만 6회 30일가량의 시간을 보냈고, 소속 학회에서 10회가량의 답사를 다녀왔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 답사란 더 이상 소중하고 열정을 쏟을 만한 활동이 아니게 됐다. 언제라도 갈 수 있고 책이나 논문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대학생 新조선통신사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로 느껴졌다. 학교 대표로 뽑혔기에, 처음 가는 해외 답사였기에 소중한 기회로 느껴졌다.
코스 구성 자체도 이번이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구성이었다. 되도록 모든 것을 눈에 담아 두려했고 모든 설명을 머리에 새겨 놓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이전까지의 답사를 되돌아보게 됐다. 이렇게 열정적인 답사는 오래간만이란 생각이 들었고 이전까지는 왜 열정적이지 못했는지, 이 행사와의 차이는 무엇이었는지 고민하게 됐다. 국내와 국외, 사학과의 학생 중 한명과 한양대학교 대표 1인 등 여러 차이가 머리에 떠올랐다. 하지만 이것이 집중의 차이는 설명하더라도, 답사를 가볍게 여길 근거는 되지 않았다. 국내 답사지가 국외 답사지보다 가치 없는 것이 아니고, 사학과 학생으로서의 답사가 가벼운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생각에 도달한 나는 답사가 그 자체로 소중한 시간임을 깨달았다. 1학년 첫 답사에서의 열정을 떠올렸다.
둘째,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답사의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흔히 답사의 의의를 거론할 때, 답사자가 얻는 것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답사가 답사지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단 것을 깨달았다. 답사는 외면당한 답사지를 살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新조선통신사의 코스엔 여행에서 흔히 가지 않는 장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흔히 일본 여행을 가면 오사카, 교토 등 관광지가 많은 곳을 간다. 시모노세키, 시가 등의 장소는 가지 않는다. 오사카, 교토를 가더라도 오사카성과 기요미즈데라 등 유명 관광명소에 가지, 귀무덤과 지쇼엔 같은 곳은 가지 않는다. 사람이 자주 찾는 곳은 많은 돈과 인력이 부여되지만,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은 외면되고 무너져간다. 귀무덤과 고치소이치방칸, 오후나에 등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사카성과 금각사에 비해 적은 인력과 관심이 부여되고 있는 것은 명확했다. 오사카성과 금각사가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많은 관광수입을 생산해낸다. 당연히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귀무덤과 오후나에 등이 (상대적으로) 외면당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 장소들도 높은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눈으로 보고 많은 것을 느껴가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이 답사라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중요하지만 외면당하고 있는 장소에 답사를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답사지는 조명(또는 재조명) 받으며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답사가 답사지에 주는 긍정적 영향이며, 대학생 新조선통신사를 통해 볼 수 있었던 답사의 의의였다. 통신사로 파견된 옛 선조들이 일본을 보며 조선을 되돌아봤듯,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해온 답사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