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 간 대학생 新조선통신사
국내 30개 대학 학생 30명 참가… 오사카 등 통신사 흔적 되밟아
"韓日갈등 치유, 공존 모색해야"
지난 24일 오전 한국 대학생들이 일본 히로시마현 도모노우라 사찰 '후쿠젠지(福禪寺)'를 찾았다. 옛 조선통신사들의 흔적을 보기 위해서다. 조선통신사는 조선시대 국왕이 일본의 막부 최고 권력자 쇼군에게 보낸 외교사절로 1428년부터 19차례에 걸쳐 이어졌다. 한양을 떠나 부산에서 배를 타고 쓰시마를 거쳐 일본 본토에 상륙했으며 오사카·교토 등을 거쳐 도쿄까지 갔다. 왕복 1년이 걸리는 긴 여정이었다. 도모노우라는 경치가 아름답고 배가 출입하기 좋아 통신사들이 항상 머무는 장소였다.
조선통신사 숙소였던 후쿠젠지에서 학생들은 통신사들의 글과 문장을 볼 수 있었다. 1711년 조선통신사 종사관 이방언이 도모노우라의 경치를 보고 쓴 붓글씨 '일동제일형승'이 편액으로 만들어져 걸려 있고, 당시 통신사들이 지은 시(詩) 세 편이 목각으로 전시돼 있었다. 1784년 통신사 정사 홍계희가 후쿠젠지에서 본 경치에 감탄해 영빈관에 대조루(對潮樓·바다를 바라보는 누각)라는 이름을 지어줬는데, 그의 아들 홍경해가 쓴 '대조루'라는 글씨가 후쿠젠지에 현판으로 남아 있었다. 강정아(서울대 국사학과 4년)씨는 "조선통신사의 시와 글이 지금까지 잘 보존돼 있는 것은 그만큼 문학적으로 뛰어났기 때문일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사와 외교부(주일 한국 대사관)가 마련한 '대학생 신(新)조선통신사-통신사의 길을 따라서'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지난 21일 부산을 출발한 이후 일본 열도를 이동 중이다. 이 탐사는 두 나라 과거사의 갈등과 아픔을 이해하고 앞으로 지향할 선린 우호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행사다. 30개 대학에서 추천된 학생 30명이 탐방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조선통신사 숙소였던 시모노세키 '아카마신궁(赤間神宮)'을 방문했다. 이곳의 궁사(宮司) 미즈노 모토나오는 학생들에게 "통신사들이 시모노세키에 오면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며 극진히 대접했다"면서 "통신사들과 한문으로 필담을 나누며 문화적 교류를 했던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 일행 400여 명이 어디에서 다 숙박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미즈노 궁사는 "통신사의 정사와 부사, 종사관은 현재의 신궁 건물에 머물고 나머지 일행은 인근 절에 머물렀다"고 했다. 학생들은 쓰시마 이즈하라에서는 '조선통신사비'와 통신사 숙소였던 '서산사'를 방문하며, 통신사가 일본 각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하며 어떻게 지역 사회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배우고 토의했다.
이번 대학생 신조선통신사를 인솔하며 강의를 진행 중인 강원대 손승철 교수는 "조선통신사는 조선시대 왜구에 의한 약탈의 시대를 '공존의 시대'로, 임진왜란에 의한 전쟁의 시대를 '평화의 시대'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양국 사이 불편한 역사는 조선통신사의 단절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영근(연세대 사학과 4년)씨는 "이번 탐방은 한·일 양국이 어떻게 갈등을 치유하고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탐방은 오사카·교토·시즈오카 등을 거쳐 오는 2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학생들은 지난 23일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1945년 히로시마 피폭 당시 희생된 한국인 사망자 2만명의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한국인 피폭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26/20160126000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