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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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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선통신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타임머신이다.

 

조선통신사를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은 2016년 가을이었다. ‘한일축제 한마당에서 운영하는 부스에서 평화의 사절단 조선통신사라는 책 하나를 찾았다. 그 전에 알고 있던 조선통신사는 조선시대에 문화교류를 하던 사절단이라는 정도였다. 평화사절단이라는 수식어가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그 책을 집어 집에까지 가져왔다. 내 꿈은 2012년부터 한일관계를 위해 일하는 것이었다. 한일관계가 평화로워질 때 내가 한 가지 일이라도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며 공부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집까지 가져왔었다. 그리고 난 2019년에 21세기 조선통신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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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신 조선통신사는 부산-시모노세키-히로시마-오사카-교토-시즈오카-도쿄까지 이어지는 89일의 대장정이었다. 우리는 배타고, 버스타고, 기차타고 9일동안 일주를 하였고, 30 여 곳을 다녀왔다. 정말 많은 곳을 다녀왔지만, 그 중 제일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은 히코네 소안지이다. 일정의 반이 지나던 날에 들린 히코네는 시골마을이지만, 관광사업이 잘 이루어지는 듯 길거리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작은 절에 들어갔다. 조선통신사가 에도까지 가는 길에 많은 숙소에 들렸는데 그 중 하나였다. 우리는 여정 중 숙소로 쓰였던 장소들을 굉장히 많이 들렸다. 그 중에 또 특히 소안지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유교사상이 깊은 조선인들을 위해 불교와 관련된 모든 것을 가리고 통신사를 맞이해주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스님들도 모두 밖에 나가고 사무라이들이 접대했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불교가 자부심이고 자신들의 모든 것일 수 있는데 외국인들을 위해 그런 노력까지 해주었다는게 우리를 얼마나 소중한 손님으로 대해줬는지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불교 축소 정책으로 조선시대보다 작은 규모였지만 그 안에서도 공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통신사와 교류했던 내용이나 흔적들이 남아있는 것이 좋았고, 스님의 말씀에서도 한 군데서가 아니라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장소에 맞는 내용들을 읊어주셔서 더 신기하고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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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젠지, 고치소이치방칸, 세이켄지 등에서 우리는 건물 안에서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물론 경치가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조상님들과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감상을 느낀다는 것이 시간을 초월하여 소통하는 느낌인 것 같아 좋았다. 혼자 풍류를 즐기면서 사색에 잠겨보고 싶은 장소였다. 나중에 혼자서 방문할 수 있으면 하루 종일 앉아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창문 하나로 400년을 뛰어넘었다.

 

신조선통신사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역사가 괜히 역사인 게 아니라는 것이다. 1965년 한일관계 정상화 이후 가장 관계가 악화되어 있고,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는 가운데 우리는 일본에 다녀왔다. 이는 임진왜란 직후에 조선통신사가 파견되었던 때와 같았을 것이다. 그때처럼 생존의 위협은 없지만 현지인들이 한국 사람들을 볼 때 어떤 느낌일까, 괜히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기였다. 수없이 일본을 가봐서 어떤지 잘 알면서도 괜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여정을 무사히 끝냈고, 이를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이 많아 다녀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SNS에 일본여행을 다녀왔다는 내용을 올리는 것이 암묵적으로 금지된 느낌이지만 난 올렸다. 사진과 그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적어 올렸다. 이런 때일수록 조선통신사가 파견되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녀와서 주변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내용은 중요하지 않고 일본에 다녀왔다는 것만 인식되는 것 같았다. 주변을 보면 지금 일본 불매운동으로 떠들썩한데 막상 그 이유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적다. 이 또한 사전교육 때 선우정 부장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나게 했다. 이번 여정은 내 인생의 시기, 한일관계 역사의 시기 상 더 배울 점이 많았던 여정이었던 것 같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신채호 선생님의 말처럼 제대로 알고 이 시대를 해결할 수 있고 더 발전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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