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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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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약학을 전공하고 있다. 특히 천연물 의약품에 관심이 많다. 동아시아는 긴 전통의학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장점이 두드러진다. 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일의 전통의학 흐름과 함께 언어, 역사까지 옮겨져 갔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나의 인식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 믿고 지원하게 되었다.

과거에 우리 선조들이 일본과 소통하기 위해 일본으로 보내진 조선통신사. 이런 간단한 정보만 알고 대학생 조선통신사 프로그램을 참가하게 되었다. 여정을 떠나기 전부터 틈틈이 손승철 교수님의 조선 통신사의 길 위에서라는 책으로 조선통신사에 대한 정보를 눈에 익히며 625, 여정의 시작을 위해 나는 부산으로 향했다.

일본을 관광 목적이 아닌, 우리 선조들의 숨결에 따라 걸으면 어떨까라는 기대감과 함께 역사 공부를 한지 오래된 내가 수많은 연도와 인물들을 외우고 잘 이해하며 따라다닐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뒤섞인 채 부산에 도착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걱정은 얼마 가지 않았고, 나는 어느새 내 머릿속에 그린 조선통신사 행렬 속에서 같이 이동하고 있었다. 문화교류뿐만 아니라 의약학 방면에 대한 교류 기록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한층 더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다. 손승철 교수님의 명료한 설명을 들으면서 실제 조선통신사들이 머문 숙소나 절, 식당 등을 나도 잠시나마 머물며, 처음 느껴보는 즐거움에 웃음이 나왔다. 왜냐하면 조선통신사가 힘들고 긴 여정을 이겨내면서까지 일본에 전달하고 싶었던 그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비록 KTX, ,버스 등 여러 교통수단을 이동하여 꽉 찬 89일이었지만, 실제 조선통신사는 한양에서 에도(지금의 도쿄)까지 평균 9개월이 걸렸다는 것, 그리고 일본에서도 이에 대접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준비한 음식, 풍경이 좋은 숙소로 제공한 절도 함께 답사하면서 나는 소통이란 단어가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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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한일학생 교류회에서 함께 활동한 친구들과 같이. 양국 학생이 함께 만든 결과물을 들고 있다.

 

그렇게 소통의 의미를 되새기는 답사도 있었던 반면,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핍박을 받았던 식민지 시대, 그리고 일본 교과서 왜곡, 재일 동포들의 기록들을 보며 소통의 단절을 뚜렷하게 느꼈다. 그러나 내가 말한 이 단절은 한일관계의 현재 일부 상황을 단순히 표현하는 단어이며, 통신사들이 오가던 그 시대의 평화로운 소통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과거 임진왜란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통신사를 파견했던 전례를 생각해보면, 믿음과 소통이란 큰 힘을 가지고 있다.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답은 쉽사리 내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끊임없이 이 문제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내용을 알리기 위해 약학인으로서 힘쓸 것이라 다짐했다.

이러한 조선통신사 프로그램처럼 전공분야를 막론하고 한일 관계에 대해서만큼은 큰 공감대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25명의 다양한 전공을 가진 대학생들이 모여 역사를 함께 답사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힘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만큼 다양해진 의견을 한곳으로 끌어 모았을 때, 비로소 소통의 폭도 더욱 넓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조선일보 관계자님들과 89일동안 함께 동행해 주신 손승철 교수님, 최보근 대리님, 박철우 가이드님, 정지섭 기자님, 배유나 서기관님, 우채아 연구관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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