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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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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번에 조선일보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신조선통신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조선통신사의 옛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선통신사가 걸었던 길은 한양에서부터 에도까지의, 육로와 해로를 번갈아 이용해야하는 무척 길고 힘든 길이었다. 그럼에도 400명 가까이 되는 조선통신사는 쇼군이 새로 즉위할 때마다 먼 길을 걸어 축하를 전했다. 그 길은 두 나라의 국제적 관계를 대변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친분을 상징하는 중요한 길이었다.

나는 이번에 조선통신사가 걸었던 그 길을 따라서 걸었다. 시모노세키부터 도쿄까지 조선통신사가 장장 10여 개월을 들여 갔던 길을 단 9일 만에 훑어봤다. 조선통신사가 방문했다거나 묵었다고 알려진 곳들에는 그들이 남긴 흔적이 가득했다. 일본인에게 써준 글귀나 시, 그려준 그림, 나누었던 필담 그리고 주고받았던 선물……. 그 흔적들을 직접 보기도 하고 설명을 듣기도 하면서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일본을 대했는지를 고민해봤다. 또 그들에게 조선통신사라는 행렬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이런 고민과 의문들은 신조선통신사로서 역사를 공부하면서, 조선통신사의 길을 따라 도쿄까지 여정을 계속하면서 하나씩 풀려갔다. 임진왜란으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초반의 조선통신사, 관계가 호전되고 양국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서로 호감을 주고받고 신뢰를 가졌던 이후의 조선통신사까지 그들이 남긴 글귀와 사행록을 통해 그들의 행적 뿐 아니라 마음까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또 그들에게 있어서 조선통신사라는 것은 조선과 일본을 잇는 끈이자 믿음 그 자체였다는 것도 유적과 유물을 통해 나에게까지 전해져왔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이 나에게 있어서 조금 특별한 경험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여행이 아니라 탐방으로 일본을 온 것도 처음, 하나씩 짚어가며 실물을 통해 역사를 배워 간 것도 처음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하나의 인간은 하나의 길이다라는 말처럼 하나의 길 또한 하나의 역사를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번에 조선통신사의 길을 그대로 따라 걸어가면서 느낀 바로는 그렇다. 일정 중에 잠시 도시샤 대학에 들러 윤동주의 시비를 답사했었다. 그곳에는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라는 시구가 쓰여 있었다. 그 시구를 보면서 누구나 자신만의 길을 찾고 걸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인지 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그 길을 걸었던 사람을 그대로 읽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같은 길이라도 걸어간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가 담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도 누군가가 언젠가 내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나의 길을 잘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조선통신사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걸었던 조선통신사의 길은 내가 나의 길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계기까지 마련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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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에서의 한일학생 교류회. 

 

또 한 가지, 내가 신조선통신사를 통해 얻었던 것은 사람이었다. 9일 동안 조선통신사의 거의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짜인 알찬 답사를 각자 다른 학교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했다. 함께 배워나가고, 느끼면서 조선통신사를 이해해갔고 그 과정을 함께 했다는 동질감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줬다고 생각한다. 9일간 다양한 공부와 체험을 하면서 많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소통했으며 인연을 맺었다. 조선통신사가 조선과 일본을 잇는 끈이었다면, 신조선통신사는 우리를 하나하나 연결해준 끈이 돼주었다. 프로그램을 참여한 사람들끼리도 많이 친해졌지만 인상 깊었던 만남은 또 다른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사카에서 간사이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교류회를 가졌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보다 더 신조선통신사의 취지에 맞는 프로그램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미 있었고 인상 깊은 체험이었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인과 글과 그림을 통해 문화교류를 했던 것처럼 우리들 또한 일본의 학생들과 서로의 문화를 공유했다. 거울처럼 서로의 문화를 비추어보면서 비교하고, 어떤 점이 비슷한지 또 어떤 점이 다른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이를 함께 종이에 그리고 발표하면서 빠르게 친해졌다. 한자 필담을 통해 소통했던 조선통신사와 일본인들처럼 우리도 언어는 다르지만 그림과 몸짓, 짧은 일본어 한국어를 통해 충분히 소통했다. 이후에도 서로 연락하기 위해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렇게 신조선통신사는 나에게 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고 그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또한 교류회를 통해 신조선통신사 내의 사람들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과의 특별한 인연을 선물해줬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느꼈던 일본과, 내가 얻었던 인연을 앞으로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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