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참가후기

이경민.jpg

이경민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21세기의 조선통신사

 

21세기 각 국가는 세계화의 시대에 걸맞게 많은 나라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다른 나라에 비교해 좁은 국토, 부족한 천연자원 등의 문제들로 인해 대한민국에 외교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나라들인 중국과 일본과의 외교 관계도 깔끔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외교 실태이다. 특히 최근 일본과는 위안부 합의 문제로 인해 외교 마찰이 심해지며 양 국가 간 국민 정서 역시 좋지 못한 편이다. 처음으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위안부 문제였던 나로서는 조선통신사를 참여하기 전 일본에 대한 생각이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또한 고등학교 이후 한국사를 접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조선통신사라는 탐방의 주제에 대해 단순히 조선이 일본에 보내는 사신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910일 동안 25명의 대학생과 함께, 쓰시마에서 도쿄까지의 300여 년 전 조선통신사의 발자취 따라 다닌 답사에서 일본에 대한 인식, ‘조선통신사의 진정한 의미, 앞으로의 한일 관계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먼저 일본의 여러 도시를 다니며 옛 건물과 현대 건물이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는 골목, 사람이 많든 적든 쓰레기 하나 없는 길거리, 한국에서는 쉽게 들리는 차량 경적이 들리지 않는 도로, 넓진 않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숙소, 사소한 것 하나까지 남을 배려하려는 일본의 모습을 보며 한국과의 문화 차이와 함께 한편으로는 배울 점이 참 많은 나라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이잔지, 아카마신궁, 후쿠젠지, 소안지 등 조선통신사가 숙박했던 곳을 둘러보며 그곳의 사람들이 조선통신사의 유물과 유적을 보존하며 의미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옛 조선통신사가 단순히 도쿄에 임금의 서신을 전달해 주는 사절단의 기능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상재와 같은 조선의 문화와 기술을 일본에 전달해주고 일본에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공유하며 서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류와 소통을 하기 위한 역할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2_서울대학교 이경민.jpg

후쿠젠지에서 본 경치. 일동제일형승이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

 

 

역사는 유물과 유적을 남기며, 유물과 유적은 역사를 증언한다.’ 이번 답사를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이다. 이번 답사를 통해 이 말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말이 좀 더 와 닿을 수 있게 하려면 사람이라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일학생교류회에서 일본 학생들과 만났기 때문에 소통과 교류에 대해 느끼게 되었고 각 절 및 유적지마다 맞이해주신 현지 관계자분들, 같이 다닌 25명의 조선통신사 일행, 손승철 교수님 및 관계자분들이 있었기에 같은 역사를 듣고, 유적과 유물을 보더라도 혼자 다닐 때와는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조선 시대의 조선통신사는 교통과 통신 기술의 제약으로 인해 300~500여 명의 사람만이 1년여에 걸쳐 각기 자신의 임무를 가지고 일본에 가서 소통과 문화교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21세기는 일본까지 가는 데는 4시간이면 되고 SNS나 문자를 이용하면 일본에 있는 친구와 몇 초 만에 연락이 가능한 시대다. 따라서 현재 직면하고 있는 한일관계를 잘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통신사의 한 명이라고 생각하며 해결해나가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위로